『이것이냐, 저것이냐(Enten-Eller)』는 덴마크 철학자 쇠얀 키에르케고르의 대표적 저서다. 두 권으로 돼 있는 이 책에서 그는 두 가지 형태의 실존적 삶, 곧 감성적 향락을 즐기는 인생과 건전한 윤리의식에 기초한 인생을 묘사한다. 그리고 심미적 쾌락에 몰두하여 진정한 자기 주체성을 상실한 채로 살아갈 것인지,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여 부과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에서 행복을 찾을 것인지에 대해 엄중하게 묻는다.

정치·사회적으로 혼란이 극심하던 1970년대 초반, 입시의 강박에서 벗어나 막 삶의 지향을 두고 번민을 거듭하던 대학 새내기에게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와의 만남은 적지 않은 위안이었다.

키에르케고르는 허공에 매달려 있는 거미에서 ‘중간자’로서의 인간실존을 본다. 인간은 거미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서 떠도는 중간자이며, 고독한 단독자다. 인간은 비록 유한한 존재이나, 그 지향성에 따라 이상적 존재로 상승할 수 있는가 하면, 타락한 존재로 추락할 수도 있다.

미적 실존에 안주할 것인가, 윤리적 실존으로 나아갈 것인가. 시대적 혼돈 속에서 고뇌하던 젊은 시절, 거미가 생존을 위해 몸을 날려 거미줄을 치듯이 “절망 끝에 한 줄기 빛을 움켜잡고” 이상의 실현을 위해 버둥댐에 있어 『이것이냐, 저것이냐』는 내게 큰 가르침이었다.

현실과 이상에서 갈등하는 고독한 인간실존에 대한 심도있는 해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삶을 지속적으로 성찰케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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