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緣

제인 제이컵즈의 ‘위대한 미국도시의 生과 死’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명저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근대 도시이론에 뼈아픈 일침을 가하고 도시건설 실무자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치유하기 위한 서구 도시계획은 하워드의 전원도시론, 르 꼬르뷔제의 기능주의적 도심개조론, 용도분리와 승용차 중심의 교외화에 의존하였다. 이들은 기성시가지를 과밀과 혼잡으로 병든 암세포로 간주하고 외과적 ‘성형수술’로 대응하였다.

제이컵즈는 커뮤니티의 일상생활을 꿰뚫는 섬세한 시선으로 근본적인 반론을 제기하였다. 대도시의 과밀은 다양성과 역동성에서 비롯되며, ‘혼합용도’와 ‘신·구 건물의 혼재’가 전문가적인 권위와 가치를 강요하는 획일적인 계획도시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이다. 밀집주택지를 고층화시키고 슈퍼블럭으로 재개발하거나 자동차 위주(Autocracy)의 시가지 형성은 가로에서 보행자와 어린이를 소외시켜 주민들의 유대와 친밀감을 말살하기 때문이다.

도시개발에 따른 정경유착구조나 자본의 운동원리를 외면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풍미하는 ‘뉴·어버니즘’의 토대를 마련한 선구적 저술가이다. 발간 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서울의 강북 개발 등이 복원 불가능한 흑백사진을 없애지나 않는지 재조명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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