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유전자 변형식품인 GMO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데, 우리는 이미 1996년부터 10년 이상 꾸준히 GMO를 먹어왔다. 현재는 인체에 거의 무해하다고 밝혀진 상태이다. GM 작물을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다국적 회사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를 연구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최근 벼, 감자의 가뭄 저항성 유전자를 연구하고, 친환경 신작물 개발에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명자원부 신작물개발과에서 과장인 변명옥(환경원예 73) 동문을 만나 연구원의 모든 것에 대해 들어보았다.

연구원의 하루

연구는 주로 팀을 짜서 하는데, 하루에 한 번씩 팀끼리 연구에 대해 토론을 한다. 연구원의 책상에는 개인별 시약과 실험도구들이 정렬돼 있다. 변명옥씨는 “연구원들은 주로 실험을 하는데, 계획에 따라 여러 연구를 병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써야할 논문도 있고, 다른 이의 논문을 읽는 것도 연구에 매우 도움이 돼서 공부도 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공무원들처럼 6시가 퇴근시간이다. 하지만 다들 연구에 몰두하느라 밤늦게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집에 가서도 논문을 작성하거나 다른 사람의 논문을 읽기도 하지만 실험이 집에서까지 계속되지는 않는다. 실험장비가 규모가 커 이동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갖춰야 할 자격

연구원이 되려면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까. 변명옥씨는 “대인관계가 좋고, 차분하면서 창의력 있는 사람이 이 직업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물론 공부는 기본적으로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하다보면 관련 전문가라든지, 타 기관 연구원 등 여러 사람을 만나게 돼서 대인관계가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연구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이라 아무래도 창의력이 있는 사람이 연구에 두각을 나타낸다고 한다.

연구원이 또 하나 갖춰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내심이다. 연구의 목적은 ‘성과’를 내는 것에 있기 마련인데, 이 연구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연구원은 1년짜리도 아니고 3년 내지는 5년 기간의 프로젝트를 2~3개 정도 맡는다. 연구는 실패하는 일이 빈번하다. 변명옥씨는 연구의 어려움을 현재 연구하고 있는 가뭄 저항성을 예로 들며설명했다.

기대한 것보다 효과가 적은 실험 결과는 실패라고 한다. 예를 들어 가뭄 저항성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가뭄 저항성 유전자를 투입시키면 10일을 물을 안줘도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7~8일을 버티는 일이 일어난다면 다시 연구에 돌입해야 한다. 변명옥씨는 “가뭄 저항성의 연구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정적인 효과가 같이 발생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가뭄 저항성 유전자를 식물에 집어넣으면 식물체 내 에너지가 필요해져서, 키가 작아진다거나 수량이 적어지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실험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 반드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 또 다른 연구를 강구해야 한다.

연구원들은 실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실험재료를 구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예컨데 미생물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의 경우, 미생물의 번식기간이 굉장히 짧기 때문에 연구재료를 빨리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변명옥씨는 “우리들은 시약 하나를 사더라도 시간이 걸리고, 종자만 얻는데 1~2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성과를 얻을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식물들이 갑자기 빨리 자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요즘은 그러려니 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연구원의 좋은 점

연구원이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물론 국가에서 어느 정도 연구방향을 설정해 준다. 하지만 세부적인 것은 연구원들이 큰 줄기에 맞춰 생각할 수 있다. 변명옥씨는 “연구는 하면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며, “아무래도 한번 성공할 때에는 이전의 숱한 노력들 때문에 그런지 성취감이 굉장히 크다”라고 말했다.

외국에도 나가고, 외국 저명한 학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은 것도 연구원의 큰 장점이다. 변명옥씨는 식물생명공학이 막 발전할 80년대 초에 미국 연수를 갔다 왔다. 농촌진흥청에서 보내준 것이다. 학교를 다녔던 80년대 초에는 식물생명공학이란 것은 아예 없었다고 한다. 연구원 일을 하다보면 국제공동과제에 참여해서 해외 대학과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경우도 있고, 2년에 한 번씩은 국제 저명한 학회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 때 외국전문가들과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요즘 변명옥씨는 국제 공동연구를 예일대와 함께 하고 있다. 연구를 함께하는 연구원 중 한 명이 이번 4월에 예일대를 방문할 예정이다.

연구원의 Pride

변명옥씨가 트리할로스(Trehalose)를 연구했을 때다. 트리할로스는 사막 식물이 갖고 있는 당의 일종이다. 설탕과 비슷한 이 성분은 사막 식물에 많았고, 이동하는 철새들에게서 높게 검출됐다. 이를 발견한 변명옥씨는 ‘트리할로스가 사막의 식물들을 극한 환경에서 잘 자라도록 도와주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얼마 뒤 그의 생각이 맞았다. 트리할로스를 이용하니 식물들이 가뭄에 잘 견디는 것이었다. 이전에 버섯연구를 할 때 버섯의 포자에도 트리할로스가 포함돼 있어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데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변명옥씨는 “네덜란드와 캐나다의 몇몇 연구원들이 나의 연구에 관심을 보이고 연구재료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어서 직접 유전자를 분양해준 경험이 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앞으로 변명옥씨는 좋은 GM작물을 재배하고 싶다고 밝혔다. 좋은 작물이라는 것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즉, 자연 재해에도 잘 견디면서 소비자의 안전도 보호할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고 싶다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GM작물이 재배되지 않는데, 환경에 대한 검증을 인정되지 않아 특허권이 있는 외국에서 종자를 수입해 들어오는 실정이라고 한다. 변명옥씨는 “종자시작이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유럽 또한 GM작물에 뛰어들기 시작했는데, 이는 GM 시장이 세계적으로 확대됐다는 뜻이다” 라며 “한국을 대표해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부지런히 연구하겠다”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연구원도 공무원이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추세이고 경쟁률도 세다고 한다. 변명옥씨는 “중요한 것은 공부와 자격증이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연구소는 공채로 뽑기 때문에 학벌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라며 “대학원을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충분히 지원 가능하다”고 말했다. 변명옥씨의 말에 의하면 국립농업과학원에도 우리대학 학생이 4명 정도 있다고 한다.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촌진흥청 산하인데, 농촌진흥청에는 우리대학 학생이 몇십명 정도가 있고, 올해 공채에도 2명 정도 붙었다고 들었다. 변명옥씨는 “좋은 곳이니까 우리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한 변명옥씨는 “얼마 전 농촌진흥청에서는 미국,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에서 나갈 해외농업연구인턴을 뽑았다”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학생들에게 추천했다. 농과계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갈 수 있는데, 우리대학으로 치면 환경원예학과와 생명과학과가 대상이다.



다음 호에는 다국적 제약회사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김민경(세무 01) 동문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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