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 세계 안데스 : 티티카카와 우유니로의 시간 여행

두 개의 선물을 빚어낸 자연의 비결
누구나 동경하고, 누구나 꿈꾸는 곳. 같은 곳에서 태어나 사람들에게 같은 꿈을 주지만 전혀 다른 생김새를 가진 형제가 있다. 바로 티티카카 호수와 우유니 사막이다.

약 1억 만 년에서 1만 년 전에 이르기까지 태평양판이 남아메리카판 아래로 들어가며, 습곡작용으로 융기가 일어나고 안데스 산맥이 만들어졌다. 티티카카와 우유니 지역도 원래는 바다였으나, 융기에 의해 판과 판 경계에 형성된 ‘하나의 호수’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판들의 충돌로 지금의 티티카카 호 주변이 더 높이 올라가며 우유니 지역이 분리되는 동시에 아래에 위치하게 되었다.

이후 티티카카 호는 빙하와 다섯 개의 주요 강, 20개 이상의 작은 지류로부터 물이 공급되면서 지금과 같은 담수호를 이루었지만, 우유니 지역은 오히려 티티카카 호의 염분이 유입·침전되고 바닷물은 증발해 지금과 같은 거대한 소금사막이 된다. 함께 태어난 쌍둥이도 살면서 달라진다지만 이 형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 셈이다. 그러나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물’과 소금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척박한 ‘사막’이라는 상반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물과 소금’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땅이 흔들리고 불을 뿜는 과정을 거친다 해도, 자연이 만들면 사막마저 선물이 되는가보다. 결국 자연의 비결은 영겁의 ‘시간’이 아닐까.

보이는 것은 모두 은빛 ‘티티카카 호’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지대에 있는 티티카카 호는 해발 3,800m에 위치해 흔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라고 불린다. 또한 면적이 8,135㎢로 그곳에 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다라고 착각하게 할 만큼 광대하다. 호수가 큰 만큼 40여 개의 섬이 존재하고, 각종 어업과 농업 등 사실상 주변의 많은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삶을 기대고 있는 터전이다.

특히 이 호수에는 가장 먼저 정착했던 아이마라족이 갈대의 일종인 토토라(Totora)를 이용해 만든 인공섬들이 유명하다. 토토라를 잘라 보통 2~3m를 쌓으면 기본적인 섬의 토대가 만들어지고 물에 잠겨 썩으면 그 부분을 새로운 토토라로 메우는 방식으로 섬이 유지된다. 이 곳 주민들은 역시 토토라로 만든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거나 호수 부근에서 밭농사를 하며,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TV도 시청하는 등 거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고 있어 세금도 내지 않는다. 또한 식수와 생활용수 일체를 호수를 통해 해결하지만 그 수가 적고 과도한 사용을 하지 않는다. 그저 바람과 물살을 따라 고요하게 흔들리는 호수처럼 소박하게 삶을 이어갈 뿐이다. 그래서 함께 하는 자연과 인간이 그대로 투명하게 비치는 티티카카 호가 유지되어 온 것이다.

눈이 멀 것 같은 백색, 우유니
극한의 아름다움. 우유니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말이 아닐까? 이곳은 건기에는 바위처럼 단단한 소금만이 존재하는 사막이지만 우기에는 물이 고여 마치 호수처럼 변한다. 온통 파란 하늘과 하얀 색의 사막이든, 현실과 비현실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오직 대칭의 하늘만이 존재하는 호수든, 우유니에서는 단순함 그 하나만으로 밀고 간다.

사실 우유니는 어마어마한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최소 100억 톤에 달하는 소금은 고산지대와 저산지대 간 교역의 주요 교환수단이었고 우유니 지역 자체가 교역의 거점이 되기도 하였다. 소금뿐 아니라 우유니에는 칼륨, 리튬, 마그네슘, 붕사 등의 다양한 무기물들도 풍부하다. 그 중에서도 축전지에 필수적인 리튬은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있다.

시간을 거스르는 인간의 힘?
최근에 관광객이 늘어나고 주변이 산업화되면서 맑기만 하던 티티카카 호는 기름과 각종 유기물들의 유입으로 점점 오염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앞장서 섬들에는 호주산 유칼립투스를 심고, 호수에는 식용으로 인기 있는 종류의 송어(king fish)를 방류함으로써 종의 다양성과 생태 균형이 깨지고 있다.

또한 우유니는 최근 리튬광 개발권을 둘러싸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프랑스 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티티카카 호도 우유니 사막도 모두 인간이 가늠하기 힘든 세월을 통해 지금의 아름다움과 풍부한 자원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속도는 이를 거스를 듯 아찔하기만 하다. 쉽고 빠르게 얻는 인간의 방식이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지, 눈부신 자연 앞에서 시름에 잠기게 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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