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緣

정계에 도전해서 피투성이로 싸우고 그래도 웃으면서 내일은 좀 더 나은 세상이 올 것을 다짐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들의 도전에서 사회의 타부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배우고 그들의 경험과 질문에서 사회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본다. 사회의 비주류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신선한 문제제기를 들을 수 있다.

[여성에게 다시 정치를 묻다]는 저자들이 책을 내면서 나에게 추천사를 부탁해서 책이 출판되기 전에 한번 볼 기회를 가졌는데 읽는 동안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들의 힘든 도전에서 같이 눈물을 흘렸고 그들의 문제제기 앞에서 나도 같이 한국 정치의 문제를 보게 되었다. 여성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사회의 편견에 의연히 맞서는 동료의 모습을, 남성이라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개척자의 용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2000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여성후보들의 대담을 모아 놓은 책이다. 10년의 세월동안 한국의 정치상황도 많이 바뀌었고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환경도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의회와 지자체, 언론간 먹이사슬과 부패의 고리, 지연·학연·혈연의 정치역학의 비리, 스킨십 정치, 패거리 문화, 남성 위주의 정글 같은 정치 문화, 계급과 완장문화, 권위주의, 먹이사슬 등으로 대변되는 현실정치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여성 지방의원들, 어린이집 위탁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시민자치의식과 역량을 확대해 작은 단위의 지방자치의회를 만들어 간 사례들. 시민제기로 지역난방을 이끌어낸 노원구의회, 시민단체 역량과 규합을 일궈낸 고양시의회 등 1%의 여성 의원들이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다. 환경, 교통, 장애인, 여성, 농민, 교육, 보육 등의 분야에서 권력이나 이권이 아닌 주민을 섬기고, 참여와 소통, 나눔이 생동하는 차원이 다른 정치를 펼친다. 그래서 여성을 정치의 미래라고 하나보다.

자신의 삶이 남루하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학생들, 환경이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절망하고 있는 학생들, 도전할 용기를 상실한 학생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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