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기꺼이 도전한다. 그는 스쿠버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스키패트롤 자격증을 따서 알프스 스키 등반을 했다. 그뿐 아니라 한국생산성본부에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APEC 여성리더 IT 교육사업과 장애인 웹 접근성 사업 등에도 참여했다. 이처럼 다양한 일에 도전하는 그가 좋아하는 것은 바로 산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가 산에 도전하는 이유

오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산을 좋아하고 또 산에 도전하는 이유다. “자주 가는 산이 있어요. 그런데 오를 때마다의 느낌은 매번 달라요. 보이는 풍경도 다르고 올라갈 때마다 나 자신도 변해있기 때문이죠. 매번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어요” 그는 12살에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15살엔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 17살엔 백두산, 19살엔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에 발자국을 남겼다. 그는 바로 올해 아버지와 함께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인 에베레스트에 등정한 허재석(경영 04)씨다. 허재석 씨는 이번 등반으로 세계최초 부자 동반 등반에 성공했다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첫 가족여행의 추억이 있는 에베레스트에 오르다

“어머니가 5월 초에 돌아가셨어요” 허재석 씨가 에베레스트에 오른 것은 위에서 말했듯 새로운 경험을 찾아다니는 그의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한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아버지께서 에베레스트에 등정한다고 하셨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라서 그런지 너무 불안했어요. 그래서 곁에서 위험한 걸 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에 함께 에베레스트에 등정하게 됐어요. 게다가 에베레스트가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간 곳이기도 하거든요”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밝았던 인터뷰 분위기가 조금 어두워졌다. 허재석 씨가 잠시 말을 멈췄다.

잠깐이었지만, 그리운 어머니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허재석 씨의 아버지인 허영호 씨는 유명한 산악인이다. 그래서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이에 허영호 씨가 세계 제 4위봉인 로체에 등반을 시도하기 전 어머니와 그가 졸라 에베레스트에 있는 베이스캠프에서 가족끼리 함께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첫 가족여행의 추억이 있는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너무 추워서 장갑과 신발을 3겹으로 끼고 신었다. 캠프 2에서 가만히 있어도 맥박이 140, 캠프 4에서는 맥박이 175에 달했다. 이는 잘못하면 뇌손상이 올 수도 있을 정도로 높은 맥박수치다. 등반하다 이틀 전 먼저 에베레스트에 오르다 목숨을 잃는 러시아인을 보기도 했고, 뒤따르던 미국 여성 역시 절벽에서 떨어져 숨졌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올라갈 수 없는 곳이다. 1년 중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날은 5일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든 환경들을 이기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쉴 새 없이 펑펑 울었다. “내가 해냈다는 것, 정상에 올라왔다고 하는 환희, 이제 힘든 것이 끝났다고 하는 기쁨, 이런 모든 감정들이 뒤섞인 눈물이었죠” 허재석 씨는 8,758m 정상에서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는 어머니의 사진을 묻었다.

에베레스트 등반으로부터의 배움
목숨을 건 등반에 성공한 허재석 씨, 과연 그곳에서 남들이 얻지 못한 어떤 새로운 경험을 얻었을까. “고통을 이겨내는 법, 자연에 대한 경이감 등을 배웠는데, 그 중에서도 느림의 미학을 깨달은 것이 제게 큰 자산이 된 것 같아요”

허재석 씨는 에베레스트 정상부 즈음에 이르러 세상에서 가장 긴 50m를 경험했다. 정상부 50m를 오르는 데 30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산소가 없어서 3걸음만 걸어도 100m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 차 도저히 서두를 수가 없었다. “눈앞에 정상이 빤히 보였지만 서두를 수 없더라고요. 인생도 똑같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동안 성격이 급하고 눈앞에 있는 일은 항상 해결해야 했는데 급하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에베레스트 등반이라는 도전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허재석 씨. 그는 인생 자체가 도전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아요. 그러한 일상들이 계기가 돼 반드시 도전할 기회가 오거든요. 준비를 열심히 해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충고하는 허재석 씨. 앞으로도 남들이 하지 못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들을 쌓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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