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야기를 갈구한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감정을 나눈다.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끊임없이 이야기를 찾아 소비한다. 회사의 경영진들은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제품에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이야기의 어떤 점이 이처럼 사람들을 유혹하는 걸까?

인과관계, 이야기의 연결고리

먼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알아보자. 이야기는 단순한 사실들이 인과관계로 결합되면서 만들어진다. 단순한 사실들의 나열은 우리의 마음을 빼앗지 못한다. 사실들의 나열이 원인과 결과로 이어질 때 우리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다.

여기 ‘과제를 제출하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을 단순히 과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전할 뿐이다. 왜 제출하지 않았는지, 제출하지 않아서 어떤 결과가 일어났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단순히 하나의 사실만 전달할 뿐이다.

이 문장 앞에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라는 문장을 추가해 생각해보자. 이 두 문장을 이어서 본다면 사실과 또 다른 사실이 인과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사람들은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아서 과제를 제출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C학점을 받았다’라는 문장까지 추가된다면 ‘수업을 듣지 않아서 과제를 제출하지 않았고 나쁜 학점까지 받았구나’라는 생각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사건들이 인과관계를 통해서 이어질 때 하나의 흐름을 갖춘 이야기가 생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인과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이러한 인과관계가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 속에서 갈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경희대 안숭범 국어국문학과 객원교수는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인과관계의 사건들에 의해 발생하는데 그러한 사건들의 연속이 갈등의 발생이나 해결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갈등의 발생과 해결의 과정이 우리에게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공감하는 인간

어떤 이야기들은 실제로 우리가 경험해 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허구의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경험해 보지도 못한 허구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인간의 공감하는 능력 때문이다. 인간의 뇌 속에는 거울뉴런이라는 조직이 있다. 거울뉴런은 우리가 실제로 행동하지 않고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행동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우리가 영화 속 주인공의 안타까운 죽음을 볼 때 눈물을 흘리는 것도, 힘든 일에 지친 친구를 보며 마음이 갑갑해지는 것도 이런 거울뉴런에 의한 공감능력 덕분이다. 인간은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허구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는 특이한 클럽이 있다. 이 클럽에는 가수나 밴드 등의 공연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별다른 인기가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매번 만원을 이룬다.

어렸을 적 일을 하며 힘들게 생활한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슴 아픈 이별 이야기, 첫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받은 감동의 이야기.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에 공감하며 감동을 얻게 된다.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따스한 삶의 위로를 받는 것이다.

이야기의 가장 강한 힘은 바로 이런 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는 세상에서 따스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하는 것.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근본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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