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蓮

올해 초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왔다. 산이야 말할 것도 없이 좋았지만, 산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것은 네팔 사람들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나를 두 번 놀라게 했는데, 수도 카투만두나 고산 마을 사람들의 남루한 행색(行色)이 그랬고, 그럼에도 불구한 그들의 따뜻한 눈빛, 수줍은 듯 정다운 미소, 겸손하며 당당한 형색(形色)이 또 그랬다. 물질적 풍요야 우리나라와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었지만, 분명 그들은 우리보다 행복해 보였다.

IT강국, ‘세계가 놀라는’ 경제발전, 글로벌 리딩국가로의 도약....짧은 기간 동안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지만, 그 결과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공동체적 삶의 근거와 자연생태의 파괴, 배금주의의 확산, 성공지상주의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네팔에서 돌아온 후 어떻게 그들이 그렇게 행복해보였는지 궁금해서 관련 책들을 찾아보다가, 네팔과 이웃하고 있는 라다크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한 이 책을 읽고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히말라야 산자락의 혹독한 기후와 척박한 환경, 빈약한 자원 속에서도 행복하게 웃으며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라다크 사람들을 보면서 나와 똑같은 궁금증을 갖게 된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16년 동안 그곳에 살면서 알게된 라다크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살아가는 방식을 기록한 책이다.

자연과의 생태적 조화, 상호협동적인 건강한 공동체, 평등과 배려의 인간관계, 자원소비의 효율 극대화, 느림과 여유의 생활리듬 등 라다크 사람들의 전통적 생활방식은 자원고갈, 자급자족경제의 파괴와 대외의존도심화, 삶의 획일화, 과소비와 물질주의, 정신적 황폐 등 위기에 직면한 우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책 제목이 암시하듯이, 오래 전 우리들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리고 만, 우리들 내일의 삶을 모색하게 하는 책 ‘오래된 미래’를 우리 젊은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사회복지학과 김연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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