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_ 당신의 건강은 안녕하십니까? ③ 정신건강 기획

“젊은 애가 무슨 고민이 있다고 한숨을 푹푹 쉬고 그러니?” 부모님 앞에서 한숨을 쉬어본 적이 있다면, 이 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대학생 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라는 김창완 밴드의 노래처럼, 그 시절에는 그때의 삶과 고민이 존재하는 법이다.

물론 모든 고민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학생들이 가진 고민이 지나칠 경우,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6년 서울대병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12%가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울증은 자칫 자살로 이어질 수 있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한 사람의 60~70%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 학생들의 정신건강은 어떨까. 서울시립대신문사에서는 우리대학 학생 1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객관적 우울도 낮지만, 주관적 우울도 높아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이 우울함을 느끼는 정도를 판단한 주관적 우울도와, 자가 테스트를 통해 조사한 객관적 우울도의 결과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객관적 우울도는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울증 자기테스트를 통해 조사한 결과,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 학생들은 4.6%로 나타났다. 2006년 서울대병원에서 실시한 조사와 비교하면 약 1/3 정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주관적 우울도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에 ‘우울함을 항상 느낀다’는 응답은 6.6%였으며, ‘가끔 우울함을 느낀다’고 답한 학생들은 52.8%였다. 이는 2001년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우울함을 항상 느낀다는 응답은 8.87%였으며, 우울함을 가끔 느낀다는 응답은 53.6%였다.


우리대학 학생상담센터 허유정 씨는 “객관적 우울도가 낮게 나타났지만, 주관적 우울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우리대학 학생들의 잠재우울의 정도가 높다는 것을 드러낸다. 학생들의 주관적 우울함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객관적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허유정 씨는 이어 대학생 우울증의 원인에 대해 “우울증에는 많은 원인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로 단정짓기는 힘들다.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환경에 학생들이 적응하지 못하거나, 대학에 와서 느끼는 목표 상실감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대학생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취업포탈 커리어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5%가 스펙으로 인한 강박증이 있다고 밝혔으며, 44%는 우울 증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로움과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악영향

이렇게 잠재우울의 정도가 높은 상황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이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올해 실시한 경향신문 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의 외로움 지수는 2위였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학생들의 외로움 지수는 높게 나타났다. 외로움을 항상 느낀다는 응답은 11.2%였고, 가끔 느낀다고 답한 학생들이 64%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준범(도시공학 10)씨는 “우리대학에는 상대적으로 고향이 서울이 아닌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자신의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학생들이 고향과 가족들에 대한 향수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유정 씨는 “우리대학 학생들의 특성 혹은 개인주의적인 요즘 대학 문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외로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주관적 우울도가 높은 상황에서 외로움이 계속될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대학 학생의 8.1%가 평소에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느끼고 있다’고 밝혔으며, ‘많이 느끼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7.4%였다. ‘조금 느끼는 편이다’와 ‘거의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각각 54.3%와 10.2%였다. 이 역시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와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느낀다는 응답은 6.2%였으며, 많이 느끼는 편이라는 응답은 28.4%였다. 학생상담센터 허유정 씨는 “스트레스를 제 때 해소하지 않을 경우, 신체회복력이 더디어질 수 있으며, 집중력이 감소하는 등 정신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스트레스는 불안 증세와, 불면증, 신경과민, 우울증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신건강 문제 해결 위해선 직접적 원인 맞닥뜨려야

우리대학 학생들이 정신건강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은 크게 외부 활동으로 해결하는 방법과 혼자 해결하는 방법으로 나뉘었다. ‘선배·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해소한다’와 ‘취미활동을 통해 해소한다’처럼 외부활동을 통해 해결한다고 밝힌 비율은 각각 31.2%와 23.6%였다. 반면 혼자서 잠을 자거나, 먹는 행위를 통해 문제를 해소한다는 응답은 각각 19.6%와 15.3%였다. 우리대학 상담센터를 찾는다는 응답은 0.5%에 불과했고, 외부기관을 찾는다는 답변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상담센터 허유정 씨는 “잠이나 먹는 행위를 통해 정신건강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건강 및 일상생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행동은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회피하려는 행위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기쓰기 등을 통해, 정신건강의 문제를 야기한 상황에 대해 다루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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