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緣

상금을 받기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달리기를 한다고 가정하자. 어떤 경기가 공평한 경기일까? 1)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놓고 벌이는 경기 2)장애인은 몇 미터라도 앞에서 뛰게 하는 경기 3)장애의 정도를 반영하여 기록을 조정하거나 상금을 조정해서 배분하는 경기.

어떠한 방식을 선택했던 나름의 근거가 있겠지만 각각을 선택한 사람들이 마주 앉아 왜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를 토론한다면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라는 결론은 쉽게 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모든 선택에서 우리는 내 이익의 최대화와 내 선택의 정당성(정의로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정의롭고 도덕적인 선택을 구하고자할 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철학적으로 어떠한 측면들이 고려될 수 있는 지를 알려준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라는 강의를 책의 형태로 풀어쓴 것이며, 인터넷 동영상 강의로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마치 강의실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수많은 질문을 주고받으며 저자와 함께 정의, 평등, 도덕에 관한 철학적 사고를 하게 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정의란 이것이다”를 주장하기보다 정의를 둘러싼 논쟁점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벤담의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유지상주의, 칸트의 선험적 의무감을 따르는 도덕론, 롤스의 원초적 평등을 바탕으로 한 정의론의 입장에서 제시된 예제들에 대하여 무엇이 논쟁점이 되는 지를 보여줌으로써, 각 철학의 입장과 차이를 명쾌하게 드러내고 있다. 물론 어느 것도 흔쾌한 대답이 되지 못한 것은 혹시나 “정의”에 관한 절대적 정의를 찾고자했던 독자들에게 여전히 숙제로 남는 아쉬움이 있다.

동시에 저자는 미국이라는 자본주의적 불평등 사회의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는 사회철학자로서 “공동선”이라는 정의로운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대학생으로서, 미래 사회를 담당할 예비사회인으로서 앞으로 자신의 판단에 놓일 수많은 선택을 위한 훌륭한 지침서로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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