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동문의 노래

다큐멘터리, 어렵고 재미없게만 느껴지는가? 흙내 나는 감동을 주는 진짜 농민 다큐 ‘농민가’로 제6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아베다한국환경영화상 대상과 국제환경영화상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 윤덕현(국문 96) 동문을 만나 다큐멘터리와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광고에서 영상으로

윤덕현 동문은 카피라이터를 꿈꾸며 우리대학 국문학과에 입학했다. 전공수업보다는 교양철학수업을 좋아했던 그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선배, 동기들과 함께 소모임을 조직해 광고 공모전에 참가하기 시작한다. 맨 처음 참가한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지만 그 후 1년간은 다른 공모전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공모전을 준비하고 참가했던 경험은 그에게 광고에 대한 노하우를 갖게 해줬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공모전에서 수상하기 시작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문득 그의 마음속에는 광고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광고라는 것이 결국 상품을 더 소비시키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소비하게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죠”라며 “당시에 빠져있던 불교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졸업할 무렵까지 해결되지 않던 그의 고민은 카피라이터 교육과정에서 만난 한 수녀님을 만나며 해결된다. 지나치리만큼 열심히 교육에 참가하는 수녀님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던 그는 어느 날 수녀님과 자신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는다.

수녀님은 그의 고민을 이해한다며 “분명 상품을 파는 것이 광고의 목적이지만,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선한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해줬다. 수녀님의 말을 듣고 그는 흔들리던 마음을 잡고 광고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공부에 열중하게 된다.

광고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던 그는 단순한 상품광고가 아닌 공익광고로 눈을 돌린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주최한 기업광고 패러디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그는 국가보훈처 플래시공모전과 시민단체 ‘환경정의’에서 주최한 안티 패스트푸드 공모전 등에 참가하며 공익광고에 대한 관심을 이어간다. 참가하는 공모전마다 수상을 했지만 공익광고를 통한 공익활동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공모전 수상으로 인연을 맺게 된 ‘함께하는 시민행동’ 기획실에서 일하게 된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나 소외계층들을 찾아가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삶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당시 영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그는 서면으로만 진행되던 특수고용노동자나 소외계층과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고, 독학으로 영상과 촬영, 편집을 공부했다.

그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시민단체의 활동을 영상으로 담았고, 이렇게 촬영한 영상이 KBS 열린채널에 방영됐다. 이 일을 계기로 영상의 재미를 느끼게 된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과정 교육을 들으며 영상에 관련된 일을 자신의 진로로 정한다.

‘농민가’의 탄생

영상기획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꾸준히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하던 윤덕현 동문은 다큐멘터리 제작과정 교육 수료생들과 함께 미디어 단체인 ‘한미FTA저지 독립영화실천단’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취재를 간 제주도의 협상장 앞에서 절실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 농민에게 한눈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는 “그 때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어요. 그분들의 절실한 이야기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그때의 느낌을 말했다.

그 농민이 경상남도 사천시 농민회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사천으로 찾아갔고 그렇게 ‘농민가’의 촬영이 시작됐다. 촬영 작업은 쉽지 않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와 촬영을 병행해야 했고, 진행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서울과 사천을 오가며 어렵사리 촬영을 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워낭소리’를 프로듀싱한 조영재 PD가 함께 작업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여기에 부산국제영화제의 사전제작지원을 받게 되면서 제작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제작의 어려움은 경제적인 것에만 있지 않았다. ‘농민가’ 촬영의 또 다른 어려움은 농민들이 카메라를 의식해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농민들 속으로 들어갔다. “촬영을 어느 정도 하다가 카메라를 놓고 그분들의 일을 도와드렸어요. 일을 배웠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농민들의 카메라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그들과 마음으로 공감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분들과 같이 일하고 술도 먹으며 촬영했어요. 조금 취한 상태에서 촬영한 장면도 있죠”라며 “촬영한다는 느낌을 최대한 줄인 것이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수상할 수 있었던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가 지닌 에너지

그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는 어떤 것일까. “다큐멘터리는 에너지 작업 같아요”라고 말하며 그는 자신만의 에너지론을 설명했다. “사람뿐 아니라 산, 나무같은 자연들도 모두 각자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촬영자가 카메라로 어떤 대상을 촬영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촬영자의 에너지와 대상의 에너지가 융합해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에너지론에 대해 설명했다. “담아내는 사람의 에너지도 들어가기 때문에 동일한 대상이라고 할지라도 촬영자에 따라 다른 작품이 나오는 거죠”

다큐멘터리 감독이 갖춰야 할 능력에 대한 질문도 에너지론을 통해 설명했다. “사회 곳곳에 고여 있고 정체돼 있는 에너지들이 있어요. 그것들을 찾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죠”라고 말했다. 이어 “다큐멘터리 감독은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이야기해야 해요”라며 주체적인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떤 매력이 그를 다큐멘터리에 빠지게 했을까.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것. 그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다. “카메라 없었다면 만나지 못할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또 꾸준히 만나게 되는 게 좋은 점 같아요”

그가 생각하는 카메라는 하나의 매개체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 ‘농민가’의 촬영방식이었다. “사람들을 촬영할 때 최대한 겸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담으려 할 때는 겸손하게 교류하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흔들리는 순간을 두려워하지 마라

다음 작품에 대한 질문에 “이번에는 아직 해보지 않았던 극영화를 해보려 해요”라는 윤덕현 동문은 기획을 공부하며 틈틈이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을 다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갔으면 해요”라며 대학시절에 알게 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신영복 씨의 비유를 들었다. “나침반은 계속 떨고 있을 때 정확한 방향을 가리킬 수 있어요. 굳게 멈춰 있다면 그게 잘못된 나침반인거죠”라고 말하며 불안감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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