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학번 신입생으로 들어와 대학생활을 만끽하던 김군. 1학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대학에 와서 배운 당구실력이 도무지 늘지 않는 것이었다. 한창 칠판이 당구대로 보일 때쯤 우연히 당구에 많은 물리학 법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물리학과 당교수를 찾아가 봤다. (그림에서 검은색 화살표는 공의 진행방향, 붉은색 화살표는 회전방향을 나타낸다.)



김군(이하 김) : 교수님 안녕하세요. 제가 당구를 좋아하는데요. 당구 속에 물리학 법칙이 들어있다는 소리를 듣고 어떤 법칙이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왔습니다.
당교수(이하 당) : 그렇지. 당구라는 게임 안에는 여러 가지 물리학 법칙이 존재한다네. 그런데 자네 당구는 좀 치는가?
김 : 네? 조금… 칩니다.
당 : 이런 잘 못 치는 것 같구만. 물리 공부를 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걸세. 그럼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볼까? 자네 완전탄성충돌이 뭔지 아나?


김 : 그 정도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두 물체가 충돌할 때 충돌 전의 운동에너지의 합과 충돌 후의 운동에너지의 합이 같은 충돌을 완전탄성충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당구공끼리 하는 충돌은 완전탄성충돌이고 운동량보전법칙도 성립하니까 정면에서 충돌할 경우는 서로의 속력을 교환하게 됩니다. 공의 정가운데를 쳐서 멈춰있는 공의 정면을 맞추면 처음에 친 공은 멈추고 멈춰있던 공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죠.
당 : 의외로 잘 아는구만. 정면에서 충돌하는 경우는 1차원상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당구대는 평면이니 2차원이라 할 수 있는데 2차원상의 충돌도 알고 있나?
김 : 물론이죠. 제가 고등학교 시절 물리 좀 했습니다. x축과 y축 방향으로 각각의 선운동량이 보전되기 때문에 충돌하는 두 물체의 질량이 같을 경우 충돌 후 두 물체의 진행방향은 항상 90°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제가 직접 당구를 쳐보니 정확히 90°는 되지 않던데요?
제가 친 공이 제자리에 멈추는 경우도 별로 없구요.


당 : 그건 자네가 당구를 잘 못치기 때문이라네.
김 : 네?!!
당 : 농담일세. 너무 발끈하지 말게. 자네가 말한 경우는 일정한 조건에서만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이지. 마찰도 없고 공이 회전도 하지 않는 경우야. 그리고 당구공도 완벽한 완전탄성충돌을 하지는 않는다네. 하지만 탄성계수가 높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충돌을 하는거지.


김 : 그러고 보니 회전하지 않는 공은 못 본 것 같아요. 회전을 하는 공이 충돌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 : 그건 어느 방향으로 회전을 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네. 공을 칠 때 윗부분을 치는지, 아랫부분을 치는지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오지. 먼저 간단한 1차원 평면상에서 충돌을 보세. 윗부분을 쳤을 경우는 공이 앞으로 가며 진행방향과 동일한 방향으로 회전하게 된다네. 이 상태에서 멈춰있는 공과 충돌하게 되면 멈춰있던 공은 앞으로 진행하는 힘과 회전하는 힘을 동시에 받게 되네. 그래서 진행은 앞으로 하면서 역방향으로 회전하게 되네. 또 처음에 친 공은 힘은 약해졌지만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며 진행하지.
당 : 공의 아랫부분을 쳤을 때는 공이 앞으로 가며 역방향으로 회전하게 되네. 이 상태에서 멈춰있는 공과 충돌하게 되면 처음에 친 공은 앞으로 가려는 힘을 멈춰있던 공에게 넘겨주고 역회전하는 힘만 남아, 왔던 방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지. 멈춰있던 공은 앞으로 가려는 힘과 진행방향과 동일한 방향으로 회전하며 빠르게 움직이게 된다네.
김 : 2차원 평면 상에서는 어떻게 되나요?
당 : 윗부분을 쳤을 경우는 충돌 후 두 공 사이의 각이 더 작아지게 된다네. 앞으로 구르는 회전력이 작용하기 때문이지. 아랫부분을 쳤을 경우는 반대로 두 공 사이의 각이 더 커지게 된다네.


김 : 이제 회전을 이용해 치는 법도 배웠네요. 하지만 배운 대로 해봐도 제가 원하는 대로 공의 방향이 많이 바뀌거나 역회전을 하며 돌아오지는 않던데요.
당 : 그게 바로 실력차이인거지. 공을 치는 위치도 중요하지만 큐로 공을 치는 방법도 중요한거야.
김 : 그냥 맞추면 되는 거지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당 : 내가 이렇게 설명해주는데도 도무지 발전이 없구만. 큐로 공을 칠 때의 속도도 중요하다네. 등속도로 치느냐, 가속도로 치느냐, 감속도로 치느냐가 다 다르다네.
김 :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당 : 큐로 공을 쳤을 때 큐 끝에 붙어있는 탭이 찌그러졌다가 다시 펴지면서 공에 에너지를 전달하게 된다네. 이때 탭이 공에 접촉하는 시간이 길수록 공에 전해지는 에너지가 커지게 되는데…….김 : 아! 등속도로 쳐야지 탭과 공이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 에너지가 많이 전달되겠군요. 그런데 가속도로 쳐야 가장 세게 쳐지는 것 아닌가요?
당 : 물론 세게 쳐지기는 하지. 공을 빠른 시간에 때리기 때문에 공과 탭이 접촉하는 시간은 줄어들게 되고 회전하는 힘은 약해지는 거야. 그러니 공의 회전을 살리려면 등속도로 치는 연습을 해야 할거야.
김 : 감사합니다. 교수님. 저는 그럼 다시 연습하러 가보겠습니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