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緣

얼마 전 난생 처음으로 주례를 섰다. 그동안 주례 서달라는 부탁은 여러차례 받았지만 모두 거절해왔다. 이는 순전히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설 만큼 모범적인 생활을 해오지 못한 자괴감 때문이었다. 한 두 차례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간곡한 부탁에 결국 주례를 서기로 했다.

이후 고민은 한 달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필자는 틈만 나면 주례를 경험한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해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널리 통용되는 주례사를 엿보는 일이 반복되었다. 지인들로부터 들은 공통된 충고는 주례사를 가급적 짧게 하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주례일지라도 길게 하면 어수선해지고 식상해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남은 숙제는 어떤 내용으로 주례사를 채울 것인가였다. 고민하던 중 모 일간지에서 소개된 주례에 관련된 책 한권이 눈에 띄었다. 이 책은 저자인 법륜스님이 부부갈등으로 찾아온 사람들과 상담을 하면서 느낀 것을 정리한 책이다.

기왕이면 외모, 지위 등 조건 좋은 사람과 결혼하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저자는 결혼이라고 하는 제도가 가장 이기적인 거래임을 지적하면서, 서로가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한 결혼생활이 보장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을 원한다면 배우자로부터 무엇을 받을 것인가 기대하지 말고 배우자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부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며, 항상 자기자신의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고 상대가 상처입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즉,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사소한 말과 행동에 상처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언제 결혼을 해야하는지 망설이는 사람에게 그리고 어떻게 해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책이다.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는 우리 젊은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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