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어주는 남자


아마도 나는 막다른 곳에 몰려 있었으리라. 더는 갈 곳 없는 땅 끝, 거기에 몰려서서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으리라. 그 존재는 누구인가, ‘애린’이라는 존재였으리라. 이 시편에는 ‘혼자 서서’ 애타게 ‘애린’을 기다리는 시적 화자 ‘나’의 인식 변화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적 화자는 자신이 위치한 곳이, 그 존재가 누구든 간에 ‘변하지 않고는 도리 없는 땅’이라 말한 바 있다. 이때의 ‘변화’는 다분히 인식의 ‘변화’, 즉 가치판단으로부터의 탈주라 생각되는데, 그러한 인식의 변화를 통한 결과 또한 이 시에 드러나 있다.

‘내 속에서 차츰 크게 열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작은 한 덩이 검은 돌에 빛나는 / 한 오리 햇빛’이란 구절을 통해 좀 더 구체화되고 있다. 즉, 시적 화자는 인식의 변화를 통해 자신을 감싸고 있던, 아니 자신의 내부에 있던 어두움인 ‘검은 돌’에서 ‘한 오리 햇빛’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 시에는 시적 화자가 ‘전일성’을 깨닫는 인식의 변화가 드러난 것이다. 결국 애린은 시인, 그 자신이 아니었을까.

박성필(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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