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동문의 노래_프로의 시선

1년 전, 2009 박카스 스타리그 오프닝을 기억하는가? Kelly Clarkson의 가 울려 퍼지며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물속에서 헤엄치던 그 장면을. 이제동, 김택용, 정명훈 등 억대 연봉의 프로게이머들을 물속으로 집어넣을 생각은 도대체 누가한 것일까. 이러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온게임넷 편성국장 임응석(환경조각 89) 동문을 만났다.

촬영과 편집에 빠진 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기까지

3수를 한 임응석 동문은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군대를 갔다 온 후 91년도부터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전공이 환경조각학과였지만 그는 조각보다 비디오 아트와 같은 멀티미디어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중앙영화동아리 ‘한울빛’ 활동을 하며, 짤막한 에피소드, 단막극 형식의 영화 등 다양한 영상 제작을 하며 촬영과 편집 기술들을 익혔다.

촬영과 편집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94년도에 Mnet의 카메라맨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영화 만들기와 스토리텔링을 좋아했던 그는 촬영만 하는 카메라맨 일에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방송 채널 전반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OAP팀의 PD로 이직했다. 2002년에는 Mtv Korea로 회사를 옮긴 후 다시 이직, 2006년에 온게임넷 OAP팀의 팀장으로 들어가 현재는 온게임넷 편성국장을 맡고 있다.

올해로 방송관련 업무 16년차에 접어든 그는 OAP 관련 업무는 12년차다. 그는 “재미가 없으면 관심도 없는 성격이라 이직할 때 직책이나 급여 같은 것보다도 내가 얼마나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흥미로운 분야인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편성, 제작, OAP팀을 관리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을 맡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감독이다. 즉, 프로모션의 큰 그림을 그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무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프로모션의 방향을 제시하고 좋은 크리에이티브들을 내·외부에서 선발해 잘 키워주는 역할도 담당한다.

OAP(On Air Promotion)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다

그가 12년 동안 담당했던 OAP팀은 어떤 일들을 할까? OAP팀은 말 그대로 On Air Promotion, 즉 방송 홍보를 담당하는 곳이다. 쉽게 말해 방송이 상품이면 그 상품이 잘 팔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OAP팀의 업무다. 시각적인 영상을 통해 채널이 얘기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시청자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홍보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광고주들은 광고를 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광고주가 광고를 준다면 채널이 이익을 얻고 직원들의 여건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직원들의 여건이 좋아지면 더욱 양질의 콘텐츠가 나오는, 이러한 선순환적인 구조를 꾀하는 팀이 OAP팀인 것이다.

임응석 동문을 사로잡은 OAP의 매력은 무엇일까? 임응석 동문은 “자기가 기획한 것을 시각적인 장치를 이용해 시청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친구들이 OAP팀이다”라며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게 실무자들의 특성이다. 퇴근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일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흥미와 열정 그리고 용기가 없다면 삶이 고된 직업 중 하나가 OAP라는 그는 “방송은 새로운 것을 계속 노출해야 되기 때문에 지진해일처럼 업무량이 밀려온다. 이런 것들을 해내려면 단기간에 해내는 순발력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이 일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응석 동문이 지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OAP팀에 대한 열정 때문이 아닐까.

크리에이티브의 자질, 잘 노는 것과 사회에 대한 올바른 시선

크리에이티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잘 노는 것’이 중요하다는 임응석 동문. 그가 말하는 논다는 의미는 단순히 술 마시고 친구들과 당구치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논다’는 개념을 자기 자신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들과 똑같이 논다면 그것은 버스 속의 일인, 지하철 속의 일인, 길거리의 일인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 무리에 기웃거려도 거기에서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제일 잘 노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기 자신의 캐릭터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크리에이티브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뭔가를 하더라도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놀아야 한다”며 잘 노는 것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임응석 동문은 잘 노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DSLR 같은 기계적인 것에 대한 능력보다도 우선은 세상에 대한 올바른 시선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방송은 어떻게 보면 불특정 다수를 심리적 장치로 세뇌시키는 무서운 기계다. 때문에 방송 일을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의 부정적인 시선이 가장 큰 핸디캡이라는 그는 그런 부정적인 시각에 맞서는 것보다 그런 시각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왕이면 사람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다같이 즐겁고 재밌는 채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며 사회에 대한 따뜻하고도 공익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후배들, 보디빌더보다 스트리트 파이터가 되었으면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대학생 후배들이 임응석 동문에게는 어떻게 보일까? 그는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가 일종의 열등감의 발로라고 했다. 그는 “영어를 왜 하는지에 대한 부분부터 고민을 해야 하는데 자신이 가진 열등감을 만회하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며 “싸움에 비유하자면 스펙 쌓기는 상대방과 싸우기 전에 근육만 키우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나가서 상대와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항상 자기가 열등하다고 느끼니 근육만 키우는 거다”고 말했다.

그는 보디빌더보다는 스트리트 파이터가 되어야 한다며 “혹시나 가슴 속의 밑도 끝도 없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면 없앴으면 좋겠다. 일단 상대방을 이기려면 상대방에게 몇 대 맞아야 내가 때려눕힐 수 있는 것 아니냐. 열등감을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여라”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시립대 출신이라는 열등감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립대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대학 선배들이 많지 않다고 해서 우리대학이 좋지 않다는 생각은 버려라. ‘입구는 내가 뚫을게’라는 레인저 정신이 열등감보다 더욱 필요하지 않냐”고 말했다. 홀로 칼을 들고 OAP라는 숲을 돌파하고 있는 임응석 동문. 앞으로 그가 밟아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게 될 수많은 우리대학 학생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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