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술, 발효주

술의 종류를 나누는 기준은 많지만 제조방법에 따라 분류하면 발효주, 증류주, 혼성주의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인류가 맛을 본 술은 발효주이다. 발효주는 당을 포함하고 있는 과일이나, 전분을 포함하고 있는 곡식을 이용해 만든다. 과일을 이용해 만드는 대표적인 술로는 와인이 있고 곡식을 이용한 술로는 맥주와 막걸리 등이 있다.

발효주는 효모를 이용해 당을 발효시켜서 만든다. 과일은 당을 포함하고 있는 과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과정 없이 발효시킬 수 있다. 또한 당을 가지고 있는 벌꿀과 양이나 말의 젖을 통해서도 발효주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곡식은 당이 아니라 당의 결합체인 녹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로 발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곡물로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당화과정이라 한다.

대표적인 발효주 중 하나인 맥주는 보리를 주원료로 하는 술이다. 보리 또한 당 형태가 아닌 녹말 형태이므로 보리를 가열하는 당화과정을 통해 맥아즙1)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맥아즙에 홉과 효모를 넣어 발효시키면 맥주가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주인 막걸리도 쌀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당화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게 된다. 막걸리를 만들 때는 효모를 직접 넣지 않고 효모가 포함된 우리나라 전통의 누룩을 넣게 된다.

효모, 술의 아버지

인류에게 술을 선사해준 고마운 존재인 효모는 생물학적으로 곰팡이나 버섯과 같은 균류이다. 효모는 곰팡이나 버섯과는 다르게 단세포로서 세균보다는 그 크기가 크다. 그리고 번식할 때는 세포의 일부가 떨어져나가서 새로운 세포가 된다. 생명체인 효모는 호흡을 통해 자신의 활동에 사용할 에너지를 얻게 된다. 하지만 효모는 특이하게도 사람과는 달리 산소를 사용하는 호기성 호흡대사와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발효대사2)를 모두 사용한다.

여기서 이 효모가 사용하는 발효대사가 바로 술의 중요한 요소인 알콜을 만드는 활동이 된다. 효모는 자신의 주변에 산소가 있을 경우에는 호기성 호흡3)을 하고 산소가 적거나 없을 때는 발효대사를 한다. 효모가 호기성 호흡을 할 경우에는 사람과 똑같이 포도당과 물, 산소를 통해 에너지를 얻고 이산화탄소와 물을 내보내게 된다.

효모가 발효대사를 할 경우에는 포도당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게 된다. 여기서 이 에탄올이 알콜의 한 종류로서 술의 주원료가 된다. 산소가 있는 상황에서는 효모가 호기성 호흡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발효주를 만들 때는 산소를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효모가 언제까지나 에탄올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는데 에탄올의 독성 때문에 효모가 죽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살기 위해 만들어낸 생성물로 인해 생명을 잃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발효주의 알콜 도수는 18도 이상을 넘지 못한다. 도수가 1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효모의 생장이 느려지고 죽는 효모들이 생기게 된다.

더 독한 술을 얻다

발효주가 가진 18도라는 알콜 도수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은 순수한 알콜을 얻어내는 증류법이 완성돼 증류주가 탄생하면서이다. 액체상태의 혼합물을 분리해내는 증류법은 기원전 2000년경에 이미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바빌로니아인들도 사용했지만, 이를 개선시켜 순수한 알콜을 만들어낸 것은 중세 이슬람의 화학자였다. 하지만 이들은 추출해낸 알콜을 이용해 증류주를 만들지는 않았다. 단지 향수나 공업 재료의 제조에 알콜을 이용했을 뿐이었다. 증류주가 만들어진 것은 이슬람의 증류법이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면서이다. 또한 이 시기에 징기스칸이 이끄는 몽골의 정복전쟁을 통해 동양으로도 증류법이 전해지게 된다.

증류법은 액체마다 끓는점이 다른 특성을 이용해 혼합 상태의 액체를 분리하는 기법이다. 발효주를 이루고 있는 액체의 대부분은 물이고 그 다음이 에탄올이며, 나머지 불순물들은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물의 끓는점은 1기압을 기준으로 섭씨 100도이고 에탄올의 끓는점은 섭씨 78도이기 때문에 두 물질이 혼합돼 있는 액체를 가열할 경우 에탄올이 먼저 기화해 날아가게 된다. 이 기체를 모아 냉각시키면 다시 액체가 되면서 본래의 발효주보다 높은 도수의 술이 된다. 증류과정에서 알콜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들이 모두 제외되지는 않는데 이 성분들이 각각의 술마다 가지는 독특한 향과 맛을 만들어낸다. 이런 증류주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 곡류로 만든 술을 증류한 위스키와 보드카이다.

이렇게 탄생한 증류주에 발효주를 혼합하거나 향료나 과즙을 섞어 넣은 것이 혼성주이다. 일반적인 발효주나 증류주가 가지는 향과 맛은 효모의 발효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혼성주는 발효과정과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물질이 들어가 향과 맛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인의 친구, 소주

인생의 쓴 맛을 느끼게 해주는 소주 한잔. 맥주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소주는 증류주의 한 종류이다. 우리나라의 소주는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로 나뉜다. 증류식 소주는 곡류로 만든 발효주를 증류시켜 높은 도수로 만든 것이다. 대표적인 증류식 소주에는 안동소주와 문배주가 있다. 증류식 소주는 위스키나 보드카 같은 일반적인 증류주와 비슷하게 재료에 따라서 특유의 향과 맛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희석식 소주는 주정이라 불리는 알콜 도수 95도 이상의 순수한 에탄올에 물을 섞어 도수를 낮추고 감미료를 넣어 만든다. 여기서 감미료는 2%이내로만 사용해야하고 주세법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 정해져 있다. 소주에 들어가는 감미료는 소주의 쓴 맛을 줄여주고 단 맛을 첨가하는 역할을 한다.

희석식 소주에 들어가는 주정은 농축된 순수한 알콜이기 때문에 다른 증류주에 들어가는 불순물들이 모두 제거된 상태이다. 따라서 주정은 다른 증류주가 가지는 독특한 향과 맛을 갖지 못한다. 희석식 소주의 맛은 물과 첨가되는 감미료에 따라서, 또 이 재료들이 어떤 방식으로 혼합되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 소주 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물과 감미료가 다르고, 제조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비슷하게 느껴지는 소주 맛도 미묘하게 다른 맛을 갖게 된다. 이런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끼며 소주를 맛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