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동문의 노래 : 프로의 시선 _ 서영애(조경 84)


요즘 아파트 광고를 보면 유독 눈에 띄는 트렌드가 있다. 바로 ‘친환경’, ‘자연’ 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과거 아파트들이 특유의 세련미와 화려함을 강조했다면, 오늘날 아파트들은 자연과 어우러진,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자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그것을 우리의 삶속에 조성·설계하는 조경의 역할에 많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조경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해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조경설계사들이다.‘기술사사무소 이수’의 소장직을 맡고 있는 서영애(조경 84) 동문을 만나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984년 우리대학 조경학과에 입학한 서영애 동문은 졸업 후 교수님들께서 소개해 주신 건축사무소의 조경파트에서 조경설계사로 첫 근무를 시작했다. 4~5년간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98년에는 당시 7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있어야 응시가 가능했던 국토개발 조경기술사 자격시험에 응시하고 자격증을 획득해, 본격적으로 조경설계사로서의 활동범위를 넓혀나갔다.

조경설계사의 업무

조경설계사는 건물을 짓거나 공간을 조성할 때, 조경설계를 담당한다. 서영애 동문은 “공원설계를 예로 든다면, 조경이 주인공이 되어 전기, 토목 등의 다른 공정들과 함께 그 설계를 완성해 나가는 게 조경설계사의 임무예요. 단순히 전반적인 배치나 형태를 설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가로등을 설치하기 위해 전깃줄은 어디에 개설해야 하는지, 수로를 끌어올 수 있는 위치에 연못을 배치시킨다든지 하는 점까지 고려해야 해요”라며 조경설계가 마냥 단순하지 않음을 설명했다. 이렇게 건축물 내의 조경 공간, 건물 앞 조경 공간, 캠퍼스 설계, 골프장, 리조트, 아파트 조경설계 등 다양한 공간의 조경설계를 마치면 조경기술사의 역할도 끝이 나게 된다.

조경, 인문·사회를 담다

흔히들 건축설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독서’와 ‘교양을 함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집을 짓기 위해선 다양한 인문, 사회적 소양을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조경설계 또한 조경을 ‘설계’한다는 측면에서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이에 대해 서영애 동문은 “요즘 아파트 광고를 보면 ‘살고 싶은 아파트’, ‘자연과 친구가 된 아파트’ 등 의 슬로건을 내세우는데 조경도 자체적인 정체성과 설계사의 철학적 사고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인문, 사회적 소양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알아나가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서영애 동문이 조경설계에 담아내는 자신만의 ‘조경 철학’은 무엇일까. 그는 “조경이란 그냥 겉보기만 좋은 것 보다는 진짜 그 안에 들어가서 편안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했다. 조경을 단순히 ‘꾸미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막연히 화려하게 설계하는 것 보다는 사용자가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

한편, 서영애 동문은 취업걱정에 시달리는 요즘 학생들에게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대학시절이 자기가 자신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가장 빛나는 시절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라며 “취업하게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으니 지금이라도 맘껏 철없이 놀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또, 서영애 동문은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단순히 수업을 듣거나 교과내용을 암기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목표를 이루는 것에 조급한 나머지 감성적으로 메마른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데, 인생의 목표는 목표대로 설정해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한편으로는 지금 경험 할 수 있는 것들에 마음껏 도전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조경에 대해 묻다

서영애 동문에게 조경이란 어떤 존재일까. 그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이성(異性) 같은 존재”라고 대답하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가까이 가는 것도 잘 안되고, 그럼에도 막연히 좋기는 하지만 뭔가 날 채우는 느낌은 안 드는 이성과도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88년 대학졸업 이후 23년 이라는 시간을 조경설계분야에서 일해왔음에도 그녀에게 조경은 ‘아직도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일 뿐이라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서영애 동문은 조경분야에서의 활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경에 대해 쉽게 판단, 결정하지 말고 깊고 넓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경이 공부할 분량도 많고 처리해야 할 과제도 많아서 만만치 않은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과정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설계작업으로 밤을 새는 그 열정들을 오래오래 간직하되, 그것으로 인해 조경에 대해 지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세 아이의 엄마로,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으로, 기술사사무소의 소장으로, 대학 강단에 선 교수님으로 종횡무진 활동 중인 서영애 동문. 언젠가 그녀의 모습을 닮은 열정적인 후배들과 함께 조경분야에서 ‘서울시립대’의 이름을 더욱 드높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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