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인 이야기

구부러진 머리카락과 수차례 덧붙여진 피부. 지면을 향하는 공허한 시선.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나오는 얼굴 표정.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지난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며 전 세계를 슬픔에 빠지게 했던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표현한 작품인 ‘Hello! Michael’로 2010 대한민국 종이문화예술작품대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신제헌(환경조각 05) 씨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가 마이클 잭슨을 소재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특별히 마이클 잭슨, 개인을 표현하려는 건 아니에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스타로서의 이미지를 가진 인물을 선택한 거에요”라며 “마이클 잭슨은 화려한 스타로서의 삶을 살았지만 그가 원래 갖고 있던 본연의 자아는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는 곧 작품의 주제인 ‘자아의 망각’으로 이어졌다. 화려한 스타의 삶을 산 마이클 잭슨이지만 언론, 대중, 자본 등에 의해 자신의 자아를 잃어버리게 됐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아 쉽게 본연의 자아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제 작품이 사람들에게 본인의 진정한 자아가 뭔지 생각해 볼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가 작품의 재료로 상품을 담는 종이상자를 사용한 이유도 ‘자아의 망각’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종이상자처럼 쉽게 자신의 자아를 버린다고 생각했어요” ‘Hello! Michael’은 전체 높이가 1m인 작지 않은 작품이지만 속이 텅 빈 종이상자가 재료이기 때문에 무게는 상당히 가볍다. 이 또한 의도한 것으로 자신의 고유한 자아를 잃어버린 텅 빈 자아를 상징한다.

‘Hello! Michael’은 그의 두 번째 작품으로 첫 작품부터 현재 작업하고 있는 세 번째 작품까지 모두 종이상자를 재료로 삼았다고 한다.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는 향후 작품을 만들때 하나의 재료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들을 표현할 수 있는 비닐봉지나 포장지 등의 재료로도 작품을 만들 생각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상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도 작품의 주제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상을 탄 후 초심을 잃고 나태해진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그것도 하나의 ‘자아의 망각’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하나의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작품대전에 도전한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 한다. 지금의 노력이 그가 목표로 하는 세계적인 조각가가 되는 길을 열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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