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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오전 10시,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가하는 인포시스의 CEO 크리스 고팔라크리슈난씨(이하 크리스 CEO)의 특강이 자연과학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그 동안 저조한 참여율이 문제 되었지만 이 날 특강에는 300여명의 학생들이 몰렸다. 학교 측이 크리스 CEO의 명성에 걸맞는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가산점’을 내건 것이 그 이유였다. 자율참여지만 반강제적으로 참여할 것을 유도한 셈이다. 또한 학생들의 무질서, 강의 진행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많았다는 등 비난이 빗발 치고 있다.

“영어 강의인데다가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도 아니라 굳이 시간을 내서 듣고 싶지 않지만 가산점 때문에 왔다. 같이 온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강연에 참석한 한 학생의 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연이 끝나고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가산점 양식서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는 강연 직후 혼란스러운 틈에 몰래 들어와 처음부터 강의를 듣고 있었다는 듯이 너스레를 떠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의 통제가 어려워 진행요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수업이 있으니 가장 먼저 가산점 양식서를 받겠다며 강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몰려나오는 학생들 때문이었다. 가산점을 받기 위해 참석한 학생들조차 눈살을 찌푸렸다. 경영대학의 전공과목을 수강중인 김모 군은 “솔직히 점수 때문에 참석하긴 했지만, 이런(질서를 지키지 않는) 모습은 부끄럽다. 크리스 CEO가 보고 있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순수’한 목적으로 강연에 참석한 이모 양도 “유명 인사의 강연으로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고자하는 총장님과 교수님의 의도는 좋지만 결국 이런 혼란을 야기한 장본인들”이라고 비판했다.

질서만 문제된 것은 아니었다. 박모 군은 “외국인 강사의 강연은 한 두 문장씩 통역해주는 학교도 있던데, 우리학교는 통역은 커녕 오히려 외국인 교수(경영대학 던컨 잭슨 교수)가 영어로 진행하더라. 진행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아니지만 불쾌한 처사이다. 강사가 주인이고 우리가 손님인 것 같다. 누구를 위한 강의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해 진행방식에 불만을 토로했고, “강연 시작에 앞서 한 관계자가 ‘질문자는 미리 받아뒀으니, 사전에 협의한 학생 말고는 질문하지 말라’는 말은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강연의 마지막 순서인 질의응답 시간은 진행을 맡은 던컨 잭슨 교수가 미리 협의한 학생을 지목하면, 지목받은 학생이 질문을 하는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식이었다. 이 학생들은 질문 과정에서 원어민 수준의 발음과 문장력을 보여줬다. 영어실력이 부족해 보일 수 있는 질문은 원천봉쇄하는 동시에, 우리 학교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과시하고자하는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크리스 CEO 특강은 참여율 면에서 그 간의 특강에 비하면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점수를 미끼 삼은 학교 측의 전략, 겉치레에 치중한 진행, 일부 학생들의 몰상식한 행동 때문에 학생들의 평가는 다소 냉소적이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물론, 가산점과 식권이 걸린 강의를 한 크리스 CEO에게도 큰 결례를 보였다는 평가다.

학교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방식의 유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인터뷰한 학생들은 이번 특강을 예로 들면 특강에 앞서 수업에서 아웃소싱산업과 인포시스 사에 대해 다뤄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방법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또한 ‘듣고 오라’가 아닌 ‘듣고 오자’는 식으로 교수가 학생과 함께 강연에 참석하여 학생들을 유도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결국 총학생회와 학교 측은 가산점, 식권처럼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참여율을 높이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이건호(경제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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