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만드는 신문 _ 수상소감

연말의 연예인 시상식 소감처럼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영광이다’ 라고는 못하겠다. 기대도 많이 했고, 발표 당일에는 공강 시간마다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발표가 났는지 확인해봤으니 말이다. 부족한 능력으로나마 고심하며 한 줄 한 줄 썼는데,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력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부끄러운 얘기를 하자면 글로 최우수상을 받았음에도 나는 ‘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독서광은 고사하고, 독서‘꽝’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독서를 강조하는 주변의 잔소리는 지겹게 들었지만, 평생 읽은 책의 수는 손가락, 발가락 합으로 그다지 모자랄 것 같지가 않다.

적은 독서량 탓에 독해력은 물론이고 대학생으로서 갖춰야 할 교양과 상식도 부족하기 짝이 없다. 늦게나마 책을 많이 읽겠다고 다짐을 해도, 글 읽는 속도가 난독증이 의심될 정도이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읽지도 못하니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이유로 최우수상 선정은 기쁨보다는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운 좋게 1등을 차지하긴 했지만, 글재주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준 것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이번 시상은 나에게 있어 ‘더 많이 읽고, 더 잘 써보라’는 일종의 계시라고 생각한다. 상금은 부족한 독서량을 메우는 데에 쓰겠다.

보잘 것 없지만 나름대로의 재주가 있음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신문사 덕분이다. 앞으로 더욱 발전된 글로 신문사에 보답하겠다. 10명도 안 되는 소수의 인원으로 훌륭한 신문을 만들고 있는 서울시립대신문사 기자 분들에게 수고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건호(경제 07)

심사평_ 경향신문 위클리경향 윤호우 편집장

기사를 평가할 때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는다. 제목에서부터 첫문장을 읽을 즈음 기사 품질이 거의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문기사가 그러한 것처럼 신문을 펴들고 보는 시간만으로도 기사의 품질을 잘 알 수 있다. 다만 기사 컨테스트의 성격상 어떤 기사가 우수작으로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시립대신문사에서 내건 기준이 뭔가를 살펴보았다. ‘신문 기사 형식’ ‘취재 바탕으로 객관적 사실’ ‘참신한 기획력’ ‘대안 제시’ ‘대학생활의 문제점 및 사회적 문제’이었다.

응모작품을 읽자마자, 최우수상은 금방 가려졌다. 위의 조건을 모두 구비한 한 작품이 금방 눈에 띄었다. 이건호 씨의 <빛바랜 인포시스 CEO특강>은 현장 취재의 생생함을 그대로 기사로 전달해주었다. 현장 코멘트 역시 적절하게 들어갔다. 기사라고 하면 거창한 내용과 형식을 기대하지만 사실 조그만 취재감이라도 현장감 있게 쫄깃쫄깃하게 쓸 수 있는 것은 큰 자질에 속한다.

우수상을 받은 조경철씨의 <클린 캠퍼스와 학생들의 환경의식>은 최우수상과 견줄만 했으나 일단 기사 기획에서부터 너무 도덕적인 주제를 잡았다는 것에서 최우수상에 미치지 못했다. 출발이 뻔했던 만큼 대안 제시 역시 뻔해 평면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만 국민대의 사례를 제시한 점은 돋보였다.

또 다른 우수상인 한유진 씨의 <사용자 안전 무시한 교내 시설물>은 일단 기사 형식을 갖추지 못함으로써 결함을 노출했다. 현장 취재와 사고 유형별 증감 비율 예시 등은 적절했으나 기사 형식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음이 아쉬웠다. 기사라는 것은 무엇보다 뉴스의 속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뉴스(news)란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뉴스를 읽고 얻는 ‘플러스 알파’가 없다면 독자의 시간을 빼앗는 셈이 된다. 뻔히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뉴스로 쓴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장 뉴스다운 것이 뉴스로서 값어치를 발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새로운 것이 많다. 모든 것이 뉴스거리다. 이런 것을 어떻게 알려주느냐가 바로 기사의 형식이다. 뉴스와 기사 형식을 정확히 안다면 이제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 대안언론, 트위터, 페이스북은 바로 이런 세상을 우리 눈앞에 펼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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