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부 4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인 04학번 B군. 우리대학 고시반에 들어가 감평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제가 입학할 당시에는 경제학과 선배들이 취직하는 것보다 회계사, 세무사, 행시 등 고시를 많이 준비하는 분위기였어요.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고시를 추천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여기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 같아요”

대학에 입학한 후, 술과 게임에 빠져 지냈던 B군은 1학기도 마치지 않고 군대에 들어갔다. 그는 군대에 다녀온 뒤에 공부에 재미를 붙인 뒤 친구와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고시에 뛰어들었다. 회계사를 공부했던 선배가 경영학부 회계원리 과목의 수강을 추천했고, 동영상 강의로 공부하다 보니 고시에 대해 막연한 꿈이 생겼다. “아무래도 고시를 준비하는 것이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보다 안정적이고 자리를 잡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죠”

올해로 4년째 감평사 시험을 공부하고 있는 B군은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밝혔다. “고시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어요. 고시를 준비하는 고학번 선배들을 보면 알 수 있죠” 그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지만, 학생들의 진로선택 시기는 빠를수록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점차 내가 선택한 고시에 확신이 섰어요. 하지만 진로선택 시기가 빨랐다면 제가 원하는 것을 밀고 나갔을 것 같아요. 옛날에는 없었는데, 지금은 1학년과 3학년 때 진로설계 및 상담 과목이 필수과목으로 만들어졌잖아요. 왜 저희 때는 그런 것이 없었나 싶어요”

B군의 친구 C군은 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C군은 우리대학 경제학부에 재학하다가 현재 타대학 법학과로 편입한 상태다. 그의 대학생활 역시 평탄치만은 않았다. 군 제대 후 막연히 대기업을 생각하던 C군은 금융관련 자격증 중 증권투자상담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수리가 약했던 탓인지 공부가 잘 맞지 않았다. 다른 공부를 찾다가 행시와 회계사는 자신의 역량과는 맞지 않은 것 같아 노무사 공부를 준비하게 됐다. 4달 동안 수업을 들으니 법학 공부가 자신에게 맞는 것을 알게 됐다.

08년 1월 휴학 후 C군이 찾아간 곳은 신림동이었다. 그해 5월 1차 시험에 합격했으나, 7월 2차에 불합격했다. “패인을 생각해보니, 마지막에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더라고요. 09년도에 1차가 유예가 되고 2차를 준비하니 7월에 합격했어요” 합격한 뒤에 C군은 타대 법학과로 편입하게 됐다.

“학생들 대부분이 점수 맞춰 온 거 아닌가요. 적성이 잘 맞아야 하는데, 수학을 잘해야 하는 경제학부처럼 유독 적응하기 어려운 학부·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점수 맞춰 오느라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이제야 적성을 찾은 것 같네요” C군이 후배들에게 한마디 남긴다. “대학교 저학년 때부터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만나 앞으로 살아가는 데 실마리를 얻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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