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정보공학과 08학번 김혜진 씨는 본래 통계학과로 입학했다. 매년 연말에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을 갖고 있는 그는 1학년 말, 성적에 맞춰 들어온 통계학과에 의문을 품게 됐다. “숫자만 보고 싶진 않았아요. 부모님도 제게 손재주가 있는 것 같다며 공부보다는 적성을 살리는 것이 어떠냐고 말씀해주셨죠” 그가 산업디자인과로 전과를 생각했지만, 우리대학 학칙 상 예술체육대학으로 전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전과한다고 했을 때 친척들이 말렸어요. 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공무원을 하지, 왜 전과를 하냐고 말했죠. 하지만 어차피 내 삶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조경학과, 건축학부, 기계정보공학과 등 자신의 손재주를 살릴 수 있는 학과를 찾던 중 교수님의 조언을 얻어 기계정보공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전과를 한 것이 김혜진 씨에게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1학년을 마치고 막상 전과를 하니, 수업 내용이 어렵고 생각보다 흥미가 붙지 않았던 까닭이다. “제 성격이 좋아하는 것은 열심히 하고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 편이라 당시엔 공부도 열심히 한 것 같지 않아요. 2학년을 마치고 많이 고민이 됐지만, 정기 상담을 하는 교수님이 더 이상 학과를 바꾸면 취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득했어요. 끈기 있게 기계정보공학과는 졸업하라고 하시면서요”

김혜진 씨는 3학년 때 학교를 ‘다녀버렸다’라고 표현했다. 아니, 곧 지난 3년간 학교를 ‘다녀버렸다’고 정정한다. “그저 막연한 계획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특히나 3학년 때는 학과에 집중하려는 노력 때문인지, 제 자신이 답답해서인지 생각을 놓아버렸어요”

그가 또 다시 커다란 결정을 내린 것은 3학년을 마칠 때였다. “유학 갈 생각도 갖고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부담이 많이 됐어요. 고민 끝에 현실적이고, 승산이 있어 보이는 대학원을 생각하게 됐죠. 공대에 나와서 제품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죠” 그가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주위 동기들이 모두 바로 취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나만 취업을 안 하면 뒤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군중심리로 잠깐 취업을 생각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내 결심을 굳혔어요”

김혜진 씨가 원하는 대학원은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이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면 “미술학원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라 올해 10월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해요. 포트폴리오 계획을 세우고, 디자인 관련 서적도 읽으려면 앞으로 바빠질 것 같아요”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