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학과 제 6회 정기공연 ‘박쥐’의 여주인공을 맡았던 차명연 동문(음악 07). 다른 소프라노들과는 달리 앞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느 소프라노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녀는 ‘박쥐’ 오디션에서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눈이 불편한 탓에 악보를 보는 것 부터 자세교정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그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빛을 잃었던 어린 시절 그녀는 어머니가 임신 중에 감기약을 잘못 복용해 태어날 때부터 시력을 잃었다. 이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교회 성가대와 기독교 학교에서 선교 합창을 하며 자연스레 음악을 시작했다. 보통 다른 시각 장애인들은 특수교사, 사회복지사 등의 진로를 많이 선택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음악에 매진했다. 서울시립대, 그녀의 새로운 시작 차명연 동문은 시각 장애인들의 자활을 도와주는 한빛맹학교 음악전공과 2년을 다니다 우리대학에 편입하게 됐다. 우리대학을 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원래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할 수 없어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만큼 느껴지는 게 있어요. 타 대학은 장애인이라는 점 때문에 뭔가 꺼리는 것을 느꼈지만, 서울시립대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었어요. 학교 측에서 원서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에 흔쾌히 답변해 주었죠”라고 학교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꿈만 같았던 오페라 주인공에 캐스팅돼 보통 사람들도 오페라를 준비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녀는 신체적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했다. 보통 사람은 처음에 악보를 받고 한 번 훑어보면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 한 번을 보기 위해 텍스트를 점자로 번역하고, 시각 장애인들이 쓰는 확대 복사기를 이용해 확대해 보았다. 자신감을 심어주신 남덕순 교수님 차명연 동문은 오페라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분으로 음악과 남덕순 교수를 꼽았다. “너는 안보이니까, 라고 쉽게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이 있었어요. 악의적으로 하신 말씀은 아니었겠지만 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라며 “이에 비해 남 교수님께서는 전혀 그런 말을 사용하지 않으시고 늘 제 용기를 북돋아 주셨어요. 교수님은 제가 오디션에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어요”라며 남덕순 교수에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새로운 세상에서 또다시 공부하고파 그녀는 현재 장애인 예술 단체에서 솔리스트를 맡았다. 올해 12월에 있는 시각 장애인 오케스트라를 위해 연습을 하고 있다. “2월에 계획을 잡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해요”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프로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밀알선교회, 소리예술단, 한빛예술단 등에서 활동하며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지만 그녀는 지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토플 공부도 열심히 해서 유학을 가고 싶다는 그녀. |
- 기자명 박세은 수습기자
- 승인 201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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