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처음으로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자동차 디자인은 당대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며 지금까지 변화해왔다. 초기의 디자인은 단순한 마차모양이나 각진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진 유선형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유선형 디자인은 조형상의 아름다움을 선사해줄 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는 학문으로 공기역학이 있다. 공기역학은 공기의 흐름, 특히 움직이는 물체와 공기가 상호작용할 때의 흐름을 다룬다.

공기역학과 자동차

유선형의 모양을 가진 자동차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30년대이다. 크라이슬러에서 발표한 에어플로우가 바로 그것인데 비행기의 날개 모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공기저항을 줄여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유선형의 자동차가 익숙하지 않아서였는지 별다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고 한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동차 디자인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1973년과 1978년에 일어난 두 차례의 오일쇼크 때문인데, 자동차의 에너지효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기역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주행하는 자동차는 여러 방향에서 공기저항을 받아 에너지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차체가 흔들리기도 하고 바람을 가르면서 소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공기역학을 고려하게 되면서 공기저항 때문에 생기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주행을 방해하는 항력

자동차는 주행시 주행방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공기저항을 받게 된다. 롤러코스터같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놀이기구를 타거나 주행 중인 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 때 이런 저항을 느낄 수 있다. 이 저항 때문에 생기는 힘이 바로 항력이다. 항력 때문에 자동차가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더 큰 힘과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항력은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와 전면 투영면적에 따라서 달라진다. 속력이 빨라질수록, 투영면적이 넓어질수록 항력이 더 강해진다. 자동차의 경우 보통 시속 60km 이상의 속력에서부터 자동차에 작용하는 항력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는 항력이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항력이 증가한다고 저속으로만 다닐 수 없기 때문에 항력을 줄이기 위해 투영면적을 줄이는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카들의 높이가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항력을 결정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형상저항이 있다. 형상저항은 공기의 흐름 속에 있는 자동차의 앞과 뒷부분의 압력차에 의해 발생한다. 자동차가 주행할 때 주변의 공기를 가르면서 이동하게 되는데 주행속도가 느릴 경우는 공기가 자동차의 표면을 따라서 흐르게 된다. 이 경우는 별다른 저항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행속도가 빨라질 경우 자동차 지붕 쪽으로 흐르던 공기가 자동차 뒷부분으로 흐르지 못한다. 일정한 흐름을 갖던 공기는 복잡한 와류의 모습을 띄게 된다. 또한 자동차의 앞부분에는 높은 압력이 나타나고 뒷부분에는 낮은 압력이 나타난다. 이렇게 압력차가 발생할 경우 형상저항이 강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자동차의 형상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의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다. 공기와 접촉하는 부분이 급격하게 변하지 않고 부드럽게 변해야 저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몸체가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는 모양인 것과 비슷한 이치다. 유선형의 몸체를 가진 물고기가 물속을 헤엄칠 때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처럼 자동차도 유선형의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효율적인 에너지 소모가 가능하게 됐다.

항력을 줄이기 위해 특정한 부품을 부착하기도 한다. 자동차 지붕 뒷부분에 부착하는 와류발생기는 작은 크기의 와류를 만들어 큰 와류가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작은 크기의 와류가 생기면서 공기저항을 줄여주고 그로인해 큰 와류가 발생하는 데 방해를 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항력을 줄이는 예로 골프공이 있다. 골프공의 표면은 울퉁불퉁하게 돼있는데 이런 형상을 딤플이라고 한다. 골프공은 유선형이 아니고 원형이기 때문에 공이 날아갈 때 공의 뒤편으로 와류가 발생한다. 이 와류 때문에 형상저항이 발생한다. 하지만 딤플이 있는 경우는 작은 홈들이 작은 와류를 만들어 큰 와류가 생성되는 것을 막아준다. 따라서 딤플이 없는 경우보다 공이 멀리 날아가게 된다.

자동차를 띄우는 양력

양력은 고체가 공기나 물 같은 유체 속에서 움직일 때 생기는 힘이다. 비행기가 날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기도 하다. 양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비행기의 날개가 위쪽으로 부풀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날개의 형태로 인해 날개의 위쪽을 지나는 공기의 속력이 빨라져서 위쪽의 압력이 약해지고 아래쪽은 강해진다. 이 압력차이 때문에 양력이 발생한다.

자동차 디자인이 형상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의 모양이 되면서 자동차에도 양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모양이 유선형에 가까워질수록 비행기 날개의 단면과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위쪽을 지나는 공기와 아래쪽을 지나는 공기의 속력차가 생기면서 압력차이가 생긴다.


이렇게 발생하는 양력은 자동차에게 악영향을 준다. 자동차가 양력을 받게 되면 바퀴와 지면이 접촉하는 면적이 작아져 앞으로 나가는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따라서 조정성이 나빠진다. 또한 속력이 지나치게 빨라져 양력이 강해지면 차가 뒤집히는 경우도 발생한다.

스포츠카나 일반 승용차의 뒤편에 날개모양의 스포일러가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스포일러를 통해 양력을 줄일 수 있다. 스포일러의 모양은 비행기 날개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부풀어있는 쪽이 아래쪽이라는 것이다. 비행기 날개를 뒤집어서 붙인 거라 생각할 수 있다. 스포일러에서 생기는 양력은 지면을 향하기 때문에 자동차의 모양 때문에 생기는 양력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안정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렇다 할 대체 에너지가 등장하지 않은 요즘, 좀 더 효율적인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이 공기역학을 통한 자동차 디자인이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 등장한 것은 오래전이지만 최근에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 상황 때문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안정적이면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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