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제, 다른 생각 동상이몽


우리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워왔다. 어렸을 때 읽은 그림책과 동화책은 상상력의 바탕이 됐고, 학교 다니며 읽었던 교과서들은 지식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어떤 책을 읽든지 간에 우리는 읽기라는 활동을 계속해왔고,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책 읽기를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가 드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이냐에 대한 문제는 뜨겁게 논쟁 중이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많이 읽자는 속독파와 밥을 꼭꼭 씹듯이 천천히 읽자는 지독파가 독서 방법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 속독파인 다치바나 다카시와 지독파인 야마무라 오사무의 의견을 통해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보자.

정보화 세계를 살아가려면 ‘속독’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다치바나식 독서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서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속독법의 달인이다. 그는 매번 새롭고 다양한 주제로 글을 집필해왔는데, 그가 저술한 책만 해도 무려 40여 권 이상이다. 그가 이렇게 방대한 책을 저술할 수 있있던 이유는 그의 엄청난 독서량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한 테마의 책을 집필하기 위해 약 5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이는 책꽂이 1개 반 정도의 분량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500권이나 되는 책을 언제 다 읽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그렇다. 그의 선택은 속독법이었다.

다치바나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는 책의 구조와 흐름을 먼저 파악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읽어내면 된다고 말한다. 잠깐 훑어보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을 선별적으로 읽어내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하는 속독법의 핵심이다. 다치바나가 속독법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화세계에서 ‘정보 인간’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보 인간’이란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며, 끊임없이 정보를 입력하고 출력하는 정보 신진대사를 가진 인간을 의미한다.

정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재빠른 정보 선별 기술과 정보 섭취 기술이 필요하다. 그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속독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그도 소설이나 시 같은 책은 속독이 불가능하며 속독을 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종류의 책은 단지 시간 때우기 용일 뿐이며 정보가 담긴 책보다 재미가 없고, 가치도 낮다고 본다.

기쁨과 감동을 주는 독서법은 ‘지독’

반면 <천천히 읽기를 권함>의 저자 야마무라 오사무는 평범한 학교법인의 직원이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천천히 읽기를 강조한다. 그는 지독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제시한다. 그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책을 읽었을 때의 일이다. 그가 책을 거의 다 읽어 갈 때 쯤 눈에 띄는 한 줄을 발견했다.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라는 그 문장은 그 책을 세 번째 읽었을 때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그 문장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천천히 읽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지독은 속독이 주지 못하는 여운과 감동을 준다는 것이 야마무라의 의견이다.

야마무라는 속독법이 다치바나와 같은 ‘매일, 매월 대량으로 책을 읽는 것’을 경쟁으로 삼는 평론가나 서평가들에게만 중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독서를 하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이지, 많이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독서가 생활의 일부분이 돼지, 생활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책을 읽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삶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필요한 부분만을 골라 읽는 것은 진정한 독서가 아니라고 본다. 필요에 의해 책을 읽는 것은 ‘살펴본다’는 것이지 ‘읽는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는 책 읽기의 기본은 통독, 즉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가 책읽기를 중도에 그만두었을 때 개운치 않은 느낌을 받았었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그의 말이 설득력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는 책을 다 읽었을 때 느끼는 기쁨이 독서의 기쁨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다.

올바른 독서법은 무엇인가

책을 읽는 방법은 물론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책을 느리게 읽든지, 빠르게 읽든지 그것은 읽는 자의 자유이다. 어떤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책을 속독하면 많은 지식을 빠르게 얻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지식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어렵고 깊이가 얕다. 책을 지독하면 많은 생각들과 함께 풍부한 독서를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책을 읽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각각의 독서법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요즘 출판계에서는 책 읽기와 관련해 ‘무조건 이렇게 읽어라’는 식의 책들이 많이 간행되고 있다. 이런 책들을 읽는 것은 독서법에 관한 힌트가 될 수는 있겠지만 무조건 따라야하는 것은 아니다. 두 책의 저자들처럼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을 발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속독할 때 행복한 가, 지독할 때 행복한 가. 남들이 뭐라고 하건 당신에게 맞는 방식을 따라가라. 그것이 진정한 독서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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