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와 애니메이터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림’으로 대중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그림을 대중에게 전달한다. 만화가는 만화를 통해,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러스트레이터는 일러스트를 통해서 말이다.

이들은 전달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 그림에 대한 열정에 있어서는 모두 한결같다. 여기 오직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3가지의 직업을 모두 경험한 이가 있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 <리버보이> 등의 삽화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박형동 씨다. 그에게서 그림에 대한 열정과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만화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된 인생의 여정

박형동 씨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미술 대학에 진학하지는 못했다. 그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공부하다가 3학년때 순정만화잡지 <나인>에 데뷔하며 본격적인 만화가 활동을 시작했다. 졸업 이후 몇 년 동안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렸지만 프리랜서로 그가 벌 수 있는 수입에는 한계가 있었다.

만화가의 한계를 깨달은 그는 애니메이션 공부를 시작했고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회사를 다니며 그는 <내 친구 우비소년2>의 감독을 맡기도 하고 <천년 여우 여우비>의 캐릭터 디자인 작업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회사의 지시에 맞춰 그림을 그리면서 정작 자신의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그는 “제 마음이 묻어나는 작업, 제 개성이 묻어나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라고 그때 당시를 회상했다.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자 회사를 그만둔 후 그는 만화가이자 출판 일러스트레이터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또한 현재 우리대학 디자인 전문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저는 계속 ‘그림’을 가지고 모양을 바꿔가면서 작업을 해온 것 같아요”라며 웃는 그의 미소에는 만족감이 묻어났다.

글을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일러스트레이터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묻자 박형동 씨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쓰임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일러스트레이터에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리는 그림들은 모두 어딘가에 쓰인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일러스트레이터에도 벽화를 그리는 사람, 웹 디자인을 그리는 사람 등 다양한 종류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있어요. 저는 출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주로 책과 잡지의 일러스트들을 그리는 일을 해요”라며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 말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할까. 박형동 씨는 글을 쓰면서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소설의 표지를 그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 그는 우선 소설을 읽고 전반적인 감상을 글로 쓴다. 일종의 작품 속 목소리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그 뒤 인상적인 장면들을 그림으로 그린다. 다시 글로 그것들에 대해 써본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며 작품을 완성해 간다. 글과 그림의 반복. 이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다.

실제로 그의 일러스트들을 보면 정말 책을 읽고 있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풍경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그의 작업 방식은 어렸을 때부터 문학 작품 읽기를 좋아했던 그의 성격에서 연유한다. “제가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듯이, 어렸을 때부터 세계문학전집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문학 전집을 보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였죠”라며 자신의 작업에 문학이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인생의 열쇠를 찾는 기간이 청춘이다

박형동 씨는 자칭 ‘성장물 마니아’다. 그는 지금까지 성장이란 주제로 많은 일러스트들을 그려왔다. 그에게 있어 성장의 시기인 ‘청춘’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그는 청춘이란 자신만의 열쇠를 찾는 시기라고 말한다. “자기 앞에 어떤 문이 있고 자신의 손에는 굉장히 많은 열쇠 꾸러미가 쥐어져 있어요. 열쇠가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이 문을 여는 열쇠인지는 모르는 거죠. 문을 열면 좀 더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어요.

하지만 20대 때는 대부분이 제대로 된 열쇠를 바로 찾지 못해요”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청춘에 대해 설명했다. 자신만의 열쇠를 찾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는 그는 “저도 항상 열쇠가 안 맞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그 과정 자체가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3번의 연애, 3가지 직업, 3개 문화권 여행

그렇다면 좋은 열쇠를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박형동 씨는 좋은 열쇠를 찾기 위한 자신만의 힌트를 제시했다. 바로 청춘의 시기에 3번의 연애와 3가지 직업 그리고 3개 문화권의 여행을 경험하라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이성을 찾는 것은 굉장히 큰 행복이에요. 그런데 단지 한 사람만 사귀면 정말 자신에게 맞는 사람인지 알 수 없어요. 3명 정도는 사귀어봐야 정말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구나 하는 걸 알게 되는 거죠”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직업도 마찬가지에요. 실제로 자기한테 맞지 않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꽤 많아요. 나중에 나이 들어서는 바꾸기 힘드니깐 젊었을 때 이 직업, 저 직업 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가 어디서 살지에 대한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문화권을 여행하면서 자신이 살 곳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여행을 꼭 가보라고 추천했다. “성적표를 잘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긴 인생을 살게 되면서 앞으로 누구와, 무엇을, 어디서 해야할 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20대인 것 같아요. 여러 여행을 통해서 학생들이 그런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만화가라는 열쇠로, 애니메이터라는 열쇠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열쇠로 자신에게 다가간 박형동 씨. 앞으로도 다양한 열쇠들로 성장하게 될 그의 그림들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