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다면?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역사는 지식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지식들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생산된 것이다. 또한 역사 가운데 특히 자국사, 우리의 경우는 한국사를 공부하면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역사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현실을 상대화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현재를 고정불변의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의 기나긴 한 순간 속 변화의 과정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스스로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적응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역사를 배우며 터득해 나갈 수 있다. 이것이 역사적 사고방식이다.

Q.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저조한 까닭은?

사람들 전반이 아니라 요즘 학생들의 관심이 저조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사실, 역사는 일어난 사건들을 이야기로 전개하기 때문에 재밌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이야기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역사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시험과 역사가 연결되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흥미를 잃는다. 여기엔 역사교육은 재밌게 제공하지 못한 가르치는 사람들과 연구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있다. 배우는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우리사회는 암기하는 지식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이를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많이 읽고 암기하여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역사를 이해하고 만들어나가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세계화가 방향을 잘못 잡았던 것이 문제를 초래했다. 당시 세계화란 것이 양자 간 쌍방교류를 배제한 채, 우리를 버리고 세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쪽으로 진행됐다. 우리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분명하게 교육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는 현재 고등학교의 교과과정에서 드러난다. 한국사 교육이 선택 사항으로 변경됨에 따라 학생들 혹은 젊은이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한국사에 대한 지식을 갖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세계화 속에서 방향이 잘못됐음을 뒤늦게 깨달았고, 한국사 교육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됐다.

Q. 한국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이 있다면?

지난 2월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라고 하는 정부의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것이 하는 역할은 한국사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나는 20명 중 한 명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한국사 교육 강화를 위해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09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국사가 기존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변경된 상태인데, 이것을 환원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한국사 공부가 왜 필요한지를 학생들로부터 동의를 얻는 것이다. 거부감 없이 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지에 대한 문제들도 논의한다. 위촉기간은 올해 8월까지로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한국사 교육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Q. 대학생이 가져야 할 한국사 지식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30년 전 나의 대학시절엔 한국사가 필수였지만, 수업에서 배우는 것 외에도 스스로 많은 공부를 했다. 내가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가치관을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한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 때와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한국사뿐 아니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고 취직하느냐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중요하다. 대학생들이 기본 소양에서 멈추지 않고, 한국사 공부를 통해 세상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것은 복수전공 제도다. 교양과목보다는 전공과목에서 좀 더 자세하고 심층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용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겐 국사학을 비롯한 인문학 과목의 복수전공을 권장한다.

Q. 앞으로 한국사 교육에 대해 전망한다면?

강화될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식이라는 것이 세계에서 통용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한국식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역사적으로 축적해 놓은 모든 경험과 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선 한국문화의 정체성이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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