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예상치 못한 이름이 탈락자로 호명됐을 때 출연진은 혼란에 빠졌다. 청중단의 투표에서 7위를 해 탈락자로 선정된 김건모는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배가수들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TV프로그램 ‘나는가수다’의 한 장면이다. ‘나는가수다’의 논란은 놀라우리만치 크게 번지고 있다. 그 논란의 시작에는 김건모의 재도전 문제가 있었다. 프로그램이 처음 기획될 때는 7명의 가수 중 청중단의 투표를 통해 7위를 선정, 7위를 한 가수는 다른 가수로 교체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와서 였을까?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참가자 중 한 명인 이소라는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녹화를 거부했다. 김제동은 노래가 아닌 퍼포먼스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재도전을 할 기회를 달라고 PD에게 부탁했다. 난감해하던 제작진은 잠깐의 회의 끝에 재도전할 의사가 있다면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다. 김건모는 고민 끝에 재도전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때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네티즌들은 원칙을 어기고 재도전 기회를 준 제작진과 재도전을 결정한 김건모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방송이 시작되고 첫 번째 탈락자였기에, 그리고 그 탈락자가 7명의 가수 중 제일 선배였기 때문에 비난은 더욱 거셌다. 선배라는 이유로 쉽게 원칙을 무시했다는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혹자는 ‘정의’가 아닌 ‘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게 됐다며 비꼬는 말을 하기도 했다.
물론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필자도 방송을 보며 이건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네티즌을 비롯한 사람들의 비난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공정사회를 들먹이며 이번 사건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우리 사회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선배가 가진 권력을 통해 원칙을 무시했고 그것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사람들이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 ‘나는가수다’에 왜 이렇게 엄정한 공정의 잣대를 적용하느냐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본래 목표인 좋은 가수가 부르는 좋은 노래를 들려준다는 것은 지켜졌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판단 실수로 원칙을 어긴 것이다. 이것이 과연 도무지 원칙을 지킬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모습일까.

혹시 우리는 공정노이로제에 걸린 게 아닐까.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 살다보니 너무 작은 것에도 대단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작진과 가수들이 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이 사회가 공정하지 않은 건 아닌 것 같다. 시청률과 시청자의 의견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대적으로 약자인 그들을 비난함으로써 대리만족을 얻으려 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고 또 만들어야 할 공정한 사회의 기준은 약자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닐 것이다. 진정으로 지켜져야 할 원칙이 지켜지고, 공정해야 할 사람이 공정할 때 우리가 꿈꾸는 공정사회가 눈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과 같은 관심을 진짜 권력과 힘을 가진 곳에 쏟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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