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그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8일 제2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고 최저임금안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노동계가 사실상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노동계의 이같은 처사는 박준성 공익위원이 고용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경영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결과를 제시한 이력이 있는 인물로, 공익위원으로서 중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대한 반발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으로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노동계,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나서

최저임금안 심의 과정은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미 올해 초부터 최저임금 현실화를 주장해왔다. 이 같은 주장은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이 정부가 제시한 최저생계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결정한 올해 최저생계비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143만9413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급 기준으로 4,320원이다. 이를 환산하면 주 40시간제의 경우 90만2880원으로 정부가 제시한 최저생계비에 미치치 못한다.

반면, 경영계는 2000년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에 따라 고용창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한도의 임금 인상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현실화 금액으로 산정한 금액은 5,410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4,320원보다 1,090원 인상된 액수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기존에 책정되어 있는 시간급 4,320원으로는 노동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요원한 실정이다. 5,410원이라는 산정 금액은 물가인상 현황과 평균 노동자 임금의 절반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 근거하여 산정됐다. 노동자들의 기본권인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최저임금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일자리에 노출된 대학생들도 관심

최저임금의 협상 내용은 대학생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아르바이트의 상당수가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인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3,6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답변한 학생의 비율이 68.8%를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정태호 씨는 “예를들어 대학생 아르바이트 문제 등 청년들도 노동적 관점에서 볼 때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는 실질적으로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 위한 것인데, 기존의 시급만으로는 상당한 시간적 비용이 소모되고 고통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들은 앞으로 사회에 진출해 노동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협상의 내용은 미래 자신의 권리와 같다”고 이번 최저임금 협상의 의미를 짚었다.

특히 최근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 파업에 대해 대학생들이 지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번 최저임금 협상은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파업에 학생들이 각각 대책 위원회를 구성해 교직원, 교수, 일반 시민들의 파업 지지 서명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 운동, 앞으로의 전망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현실화 운동을 전국민적인 운동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정태호씨는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의 고통을 공감, 인식하고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문제를 이슈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서울지역의 대학가에서 청원 운동 등을 벌여 구체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덧붙여 “현재는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여론 확산의 과정 속에서 국민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악한 임금 환경 속에서 최저임금 문제는 학생들의 문제이기도 하며, 우리들의 권리는 우리가 스스로 주장해야 한다”라고 많은 관심과 참여, 지지를 부탁했다.

최저임금 지키지 않는 사업장 여전히 존재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안을 성사시킨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수는 57만여 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4.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98만 4000여명으로 11.6%로 급증했다.

정태호 씨는 “많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나 문제는 현재 법정 시급안인 4,320원을 보장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 피해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