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의 질을 향상하고 학생 중심 강의를 실현하기 위한 ‘대학 강의평가제’는 1993년 한신대를 시작으로 국내 대학에 도입됐다. 우리대학을 포함한 몇몇 대학은 강의평가에 그치지 않고, 강의평가를 공개함으로써 그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입부터 공개까지 많은 반대 입장에 부딪혔던 강의평가 제도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수업평가 공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하나

우리대학은 수업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2009년 수업평가를 공개키로 결정했다. 이는 교무과의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학생들의 수업평가 공개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수업평가 결과가 공개된 현재, 수업평가가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학생들이 수업평가 공개 사실을 잘 모르고 있거나 혹은 수업평가 결과가 부분적으로 공개되는 까닭이다.
현재 수업평가는 객관식 문항별 점수가 공개되지 않고 총 문항에 대한 평균점수만 공개되고 있으며, 주관식 문항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교무과 한 관계자는 “민감한 사항이다. 교수님의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다”며 수업평가의 모든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호정(통계 09)씨는 “수업평가 결과가 공개되는지 몰랐다”며, “매 학기 수업을 선택할 땐 선배들의 얘기나 우리대학 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 강의평가 게시판을 참고해 선택한다”고 말했다.


낮아지는 자율적 참여율 수업평가 무색하게 해

우리대학은 온라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여타 대학들과 달리 오프라인 방식으로 수업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이었던 방식을 온라인으로 바꾸면서 2008년 응답률이 50%대에 머물자 2009년 다시 오프라인으로 변경한 것이다. 응답률은 약 80~90%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평가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일괄적으로 참여하게끔 권유되고 있어 자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학기 말 수업평가와 달리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참여가 자율적인 중간 수업평가는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지난해 2학기부터 수업의 질 제고를 목적으로 시행된 중간 수업평가 참여율이 오프라인 수업평가보다 2배 정도 낮게 나타난 것이다. 중간 수업평가 응답률은 지난해 40.21%에 이어 올해 34.92%로 기록됐다. 교무과 장은주 씨는 “학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면 수업평가에서 신뢰할만한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학생들의 많은 참여가 수업의 질을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평가 태도, 신뢰성 떨어뜨리는 요인

참여율 이외에도 수업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학기 말 수업평가의 오프라인 방식이 응답률을 높이고 있지만, 자율적이지 않은 탓에 학생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유발되고 있다. 윤희윤(국제관계 09)씨는 “수업이 끝나기 30분 전에 수업평가가 실시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빨리 끝내고 가기 위해 성실히 임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 수업평가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학부 안철원 교수는 “학생들의 기대와 교수의 기대가 다를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은 쉬운 강의를 원하는데 과목 자체가 어렵거나 좀 더 많은 내용을 가르쳐주고 싶어 부득이하게 어렵게 가르치면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철원 교수는 “수업평가 점수가 높다고 해서 좋은지, 낮다고 해서 나쁜지 잘 모르겠다. 좀 더 학생들이 진지한 태도로 임해 신뢰할만한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교수의 수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재학생 K씨는 “앞으로 계속 볼 교수님들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좋은 학점을 받아야 하는데 굳이 교수님에게 밉보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수업평가 항목 개선으로 수업평가 의미 되찾을까

"실제 과제가 없는 과목임에도, 그에 대한 답변은 요구하는 항목을 마주하니 혼란스럽다” 윤희윤 씨는 수업평가 항목에 대해서 애매모호한 점이 있다고 말한다.
토목공학과 임성순 교수도 “수업평가 항목이 추상적이라 직접적으로 수업에 반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수업평가는 정량적인 값이라 더욱 그렇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강의를 개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수업평가는 참고할 뿐이고, 강의 개선은 교수들이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임성순 교수는 수업평가 결과를 활용하기보다는 직접 만든 ‘자기평가서’에 의한 두 차례의 조사를 통해, 수강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 전과 후의 ‘학습효과’를 파악하고 있다. 임성순 교수는 “자기평가서 조사는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업평가는 이론수업과 실험실습, 실기수업 별 문항이 나눠져 실시되고 있다. 수업평가가 좀 더 교수와 학생들에게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각 학부·과별, 수업별 의미 있는 문항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이 실제로 반영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의 경우 수업평가 항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강의평가 개선을 위해 총괄교수와 각 단과대별로 추천받은 교수, 그리고 교무처 직원으로 구성한 테스크 포스 팀을 구축했다. 또한 40명의 학생패널의 의견을 수렴해 강의평가 운영방식 및 수업평가 항목 일부를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립대광장` 강의평가 게시판에 올라온 한 학생의 수업평가

#교양선택
1. 한국문화의 사적이해 - *** 교수님(★★★☆)

<성적평가방식>
출석 20%, 중간고사 30%(보고서), 기말고사 40%, 기타 10%

-교재와 수업방식
출석체크는 하실 때도 있고 안 하실 때도 있었습니다. 워낙 수강자가 많아 체크 하고나면 10분 정도 가더라고요. 별도의 교재는 없고, 프린트물로 수업을 진행하십니다. 수업 방식은 프린트물과 함께 이론 수업을 하시고,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를 보여주십니다.

-과제
수업평가방법에는 별도의 과제가 없지만 중간고사 대신 조별, 혹은 개인별로 박물관 견학을 다녀오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중간고사를 대체할 과제를 내주십니다. 이 보고서에 대한 발표를 하면 플러스 알파의 점수가 주어집니다. 독창적인 주제가 좋습니다.

-시험
수업시간에 받은 프린트물에서 100% 출제하십니다. 프린트물에 충실하세요~ 문제는 프린트물의 그림의 이름, 약술형, 서술형이 있습니다. 서술형은 문제를 알려주십니다.

-개인적인 평가
저는 참 많이도 졸았던 수업입니다. 동영상이나 사진 자료를 볼 때 친히 불을 꺼주신 것도 한 몫했죠;; 하지만 수강생 수가 많아서 학점 따기에는 유리할 듯 싶습니다!

※ 강의평가 형식은 학생이 자유롭게 올린다. / *** : 싣지 않았으나, 교수 이름 역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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