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던 통금이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했다. 그냥 되살아난 것은 아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 즉 온라인통금으로 바뀌어 나타났다. 옛날의 통금과 달라진 점은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모든 사람이 아닌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은 온라인‘게임’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국회는 셧다운제를 포함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안은 청소년의 게임중독현상이 심각해졌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게임업계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따라 마련됐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한 술 더 떠 만 19세까지 셧다운제 대상을 확대한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법안이 통과되자 여성가족부는 게임업계 및 문화체육관광부와 논의해 실효성 있는 법안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게임업계 측은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당하기만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셧다운제에 위헌 여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법안에 대한 반발은 게임업계에서 그치지 않는다. 문화연대와 청소년 인권단체들은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인권과 문화적 자기결정권을 박탈할 뿐 실효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셧다운제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 법을 통해 청소년을 게임중독에서 보호하고 수면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게임이 갖고 있는 폭력성과 선정성에 노출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게임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단순히 시간적 제약을 가하는 것은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혹시 보호라는 핑계로 청소년을 구속하려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누군가 명령을 내려줘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게임이 청소년에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세상에 어디 게임만이 그런가. 이미 자본에 잠식된 문화 중에는 게임보다 훨씬 폭력적이며 선정적인 것들이 많다. 또한 수면권을 보호하려면 당장 야간자율학습과 과도한 입시경쟁부터 없애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청소년들을 명령하고 감시해야할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있는게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금지하고 막으면 쉽게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니 법이라는 달콤한 무기를 사용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왜 청소년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빠지는지, 그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있는지,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뿌리까지 뽑지 않은 잡초는 다시 자라기 마련이다. 힘들여서 계속 뽑아봤자 부질없는 짓일 뿐이다. 금세 다시 자라서 눈에 띌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을 하는 동물이다.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작정 허가하고 금지하기보다는 선택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하루아침에 그런 능력이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결국 자라서 성인이 된다. 평생 네버랜드에 갇혀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