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나 싶어요” 우리대학을 다니고 있는 이충혁(경제 10)씨의 말이다. 그는 2005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렇다. 그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건너 온 새터민이다. 그는 “보통 북한에서 군대에 갈 때 3가지 각오를 해야 된다고들 해요. 굶어 죽을 각오, 맞아 죽을 각오, 얼어 죽을 각오. 제가 볼 때는 북한에서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런 각오를 해야 될 것 같아요”라며 북한인권의 현실에 대해 말했다. 우리대학의 또 다른 새터민인 마성훈(국어국문 11)씨도 “북한에서 인권은 무슨. 먹고 살기도 바쁜데 내 꿈이 뭐요, 내 취미가 뭐요. 먹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깐 동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지…”라고 말했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주민들은 식량난에 따른 빈곤문제뿐만이 아니라 직업선택의 자유, 신체의 자유, 생명권 등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어떠한 것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에서는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분위기 나타나

우리나라 북한인권 관련 법안은 2005년 6월 한나라당에 의해 발의됐으나, 당시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상정되지 못한 채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 후 2008년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 등 국회의원 23명이 북한인권법을 재발의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의 주요 내용은 북한인권 개선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외교부에 북한인권대사 설치, 통일부에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설치, 국가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북한인권을 위한 기금 설치 등이다.

북한인권법 발의와 함께 북한인권법 찬성론자들은 해당 법의 국회통과를 위해 다각도의 움직임을 전개해왔다. 지난달 4일, 27개 북한인권 단체들은 ‘북한인권법 국회통과를 위한 탈북단체 연합 촉구대회’를 열어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초선의원들 또한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러한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4월 29일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은 민주당의 거센 반대로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법안의 실효성 문제 붉어지고 있어

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과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은 즉각적인 북한인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재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이는 북한인권법 제정이 북한인권을 개선하는 데 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 대표는 지난 18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인권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인권은 보편타당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제기해야 하지만 현재는 북한을 자극하는 것보다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또한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해 “실효성이 없고 인권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면서 “보수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인권법 반대론자들의 의견에 대해 북한인권학생연대 대표 문동희 씨는 “반대론자들은 북한인권법이 실효성이 적다고 말하지만 법안이 북한인권에 최소한의 도움은 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법안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북한주민들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북한인권법이 북한정권을 자극해 북한인권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북한인권 상황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견해일 뿐이다”라며 “북한주민들을 희생시키더라도 한반도의 안정과 김정일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 적어

지난 6일 우리대학 S 카페에서 북한인권에 관한 강연회가 개최됐다. 이 날 행사는 북한 인권에 대한 다큐멘터리 시청, 새터민들의 경험담과 이에 대한 학생들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됐다. 5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행사에 참가했으나 대부분 외국인 교환학생들이어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참여는 다소 부족했다. 행사를 진행한 민동준(행정 06) 카페지기는 “영어로 진행된 강연이지만 한국 학생들의 참여가 다소 적었다. 오히려 외국인 학생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아무래도 취업과 같은 다른 문제에 고민할 시간이 많다 보니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는 학우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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