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이 아직 살아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고, 그럴듯한 음모론이 쏟아지고 있다. 빈 라덴이 아직 살아있다거나 오래전 이미 사망했다는 설 등이 그것이다. 미국 정부가 빈 라덴 시신 사진이나 증거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런 음모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래전부터 유명인이나 단체에 대한 음모론은 세간의 이목을 끄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예를 들면 9·11테러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것, 아폴로 11호는 달에 가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커다란 사건에 대한 음모론은 큰 인기를 끌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있다거나 셰익스피어는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 등 유명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시대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음모론. 음모론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알 수 없는 배경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

음모론이란 어떤 상황이나 사건의 배후에 비밀단체나 거대한 권력집단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설과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이런 집단을 볼 수 있다. 비밀스런 모임인 프리메이슨과 다빈치코드에 등장해 유명해진 오푸스 데이, 막대한 재력을 통해 세상을 조정한다는 로스차일드 가문 등은 음모론의 단골 소재다.

사람들이 음모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궁금해서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는데, 보통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원인과 결과를 통해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이유 없이 친절하게 대한다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이 사람이 왜 이럴까? 나에게 접근한 이유가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찾게 된다.

원인과 결과를 통해 사건을 파악할 경우 얻게 되는 이점이 있다. 바로 통제감이다. 인간은 자신이 아무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사건을 마주쳤을 경우 통제감을 상실하고, 불쾌감과 무력감을 느낀다. 이것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경우, 이를 바탕으로 비슷한 사건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얻게 된다.

큰 사건이나 유명인에 대한 음모론이 생기는 것도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관련 단체에서 사건에 대한 사실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는 경우, 유명한 인물이지만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 알려지지 않는 경우 사람들은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통해 인과관계를 추리하게 된다.


대부분의 음모론은 뿌리 없는 나무

이렇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음모론이지만 대부분은 인정받지 못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 이유는 음모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편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거대하고 복잡한 사건의 경우 그 사건에 관련된 인과관계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모든 관계가 인과관계로만 나타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사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일이 우연히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음모론자들은 자신들이 알고, 믿고 있는 사실에만 의존해 자의적으로 인과관계를 구성한다.

이렇게 되면 복잡한 사건은 단순하게 파악이 가능해진다. 이 점이 음모론이 가진 매력적인 측면이기도 하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주니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음모론이 사실이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생략된 원인들과 사건들이 있기 때문에 음모론이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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