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사회_무산일기

지난해 대한민국 내 탈북자 수가 2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탈북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의 제도와 인식은 그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 것일까.

영화 <무산일기>의 주인공 승철은 함경북도 무산출신의 탈북자이다. 극한의 빈곤과 굶주림을 피해 탈북을 감행했지만, 승철에게 남한 정착은 혹독하기만 하다. 구직면접에서 “잘 할 수 있습니다”를 주문처럼 외지만 돌아오는 건 탈북자에 대한 냉담한 눈초리뿐이다. 벽보 붙이기로 연명하는 그에게 남한사회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또 다른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승철에게 진정한 친구는 자신처럼 버림받은 개, 백구뿐이다. 승철을 통해 영화 제목의 ‘무산’이 단순히 승철의 고향 이름뿐만 아니라, 가진 것이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정부는 탈북자에게 초기정착금 600만원, 취업장려금 2,000만원, 주택보증금 1,300만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겉보기에는 적지 않은 돈일 수 있으나,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국내입국을 도와준 브로커에게 지불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 가족을 남겨둔 탈북자들의 경우 대부분의 지원금을 그들에게 송금한다고 한다. 정부의 지원정책이 탈북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식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희망을 품고 남한으로 건너온 그들에게 우리는 너무나도 냉정하다. 작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7.5%가 탈북자에게서 친근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60년을 넘는 세월이 물리적인 장벽보다 더 높은 마음의 장벽을 쌓아 놓은 것이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 캐나다, 심지어는 북한으로 돌아가는 탈북자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말로만 동포애, 민족애를 운운할 뿐 여전히 탈북자에 대한 색안경을 벗지 못하고 있다.

남한에서 승철은 정직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승철은 같은 탈북자인 경철의 돈을 가로챈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자신도 냉혹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느낀 것이다. 최근 3년간 국내 탈북자 수는 1만여 명이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의 제도적·인식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만날 탈북자들 역시 승철과 같은 비극적 변화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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