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을 양손으로 꼭 쥔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린이 대공원? 아니다. 지난 14일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세계 공정무역의 날 2011 한국 페스티벌’의 현장이다. 아이들이 먹고 있는 솜사탕의 주재료, 마스코바도는 필리핀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공한 흑설탕으로 바로 공정무역 제품이다.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필리핀 네그로스 사탕수수 생산자들의 실질적인 자립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 참가자들이 원산지 국가의 지도 퍼즐을 맞추고 있다.

80여 개국에서 열리는 세계인들의 축제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 공정무역협회 WFTO(World Fair Trade Organization)가 지정한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다. 세계 80여 개국 350여 개 이상의 단체가 참여하는 이 축제는 올해 한국에서 4회째를 맞이했다. 세계 공정무역의 날은 1996년에 유럽지역에서 공정무역 제품만을 판매하는 대형마트 ‘월드샵’이 정한 ‘유러피안월드샵데이’를 발전시킨 것으로, 2002년부터 공식적으로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올해 한국 페스티벌에서 내건 슬로건은 ‘사람을 위한 무역, Fair Trade Your World’이다. 아이쿱생활협동조합 오미애 회장은 개막식 행사에서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고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여러 단체와 시민들이 공정무역을 알리고,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 참가자들이 생산자의 사진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공정무역의 꿈, 공정무역이 꿈꾸는 세상

이 날 개막식에는 기아대책 행복한 나눔,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커피,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그루 등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는 주요 단체들이 한데 모였다. 이들은 공정무역이 이루고 싶은 꿈, 공정무역이 꿈꾸는 세상을 그리며 ABBA의 ‘I have a dream’을 합창했다. 개막식이 끝나고 이들은 저마다의 부스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정무역의 가치와 의미, 제품을 알렸다. 공정무역 제품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초콜릿, 커피 외에도 마스코바도, 올리브유, 의류, 수공예품 등 각종 공정무역 제품을 선보였다. 또, 커피콩 직접 볶기, 생산자에게 전달되는 편지 쓰기, 공정무역 퀴즈, 공정무역 참여 선언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번 공정무역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동탄에서 온 예당고등학교 1학년 이유빈, 박연호 씨는 “다른 학생들도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았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공정무역 참여 선언에 서명했다.

아이와 함께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승미 씨는 공정무역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먹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품 생산지에서 많은 아이들이 생산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곳의 아이들이 사는 세상도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 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공정무역에 관련된 퀴즈를 풀고 있다.

공정무역 제품,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관건

공정무역은 아직 전 세계 교역 규모에서 0.0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그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가게’의 공정무역제품 판매 수익은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2억 6579만 1294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공정무역 커피 사업이다.

이러한 경향을 나타내듯 공정무역 커피 사업은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먼저, 기존의 커피전문점들이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고 나섰다. ‘스타벅스’는 공정 무역 인증 원두, 카페 에스티마 블렌드를 판매하고 있으며,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부터 5개 지점에서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일부 제품에 대해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대학 내에서 공정무역 커피전문점 매장이 오픈하기도 했다. 2009년 단국대학교의 공간 기부로, 공정무역 커피전문점 아름다운커피가 처음으로 대학 내 공정무역 카페를 설립했다.

이외에도 공정무역 단체들이 공정무역 커피믹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도 한 예로, 아름다운커피는 ‘공정무역 커피믹스’, 아이쿱생협은 ‘자연드림 커피믹스’등을 선보이며 국내 커피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커피믹스 부문에 진출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정무역 제품의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은 공정무역의 성장을 더디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쿱생협의 이주희 씨는 이에 대해 “공정무역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 시중 제품들보다 확실히 비싸긴 하지만, 실제로는 비싸다고 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구조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전달하지 않는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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