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

‘동구 밖~ 과수 원 샷’,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이 말들은 새내기 배움터나 MT 등 술자리에 참석해 본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물론 이는 모두 술 게임에서 진 사람에게 소주 한 잔을 단번에 비우도록 주문하는 노랫말들이다. 흔히 ‘인트로’라고도 일컫는 노랫말들은 술자리에서 술 게임이 시작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게임에서 진 사람이 한 번에 술잔을 비우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의 야유와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어떤 이는 ‘원샷 아님 2잔’을 외치기도 한다. 술 게임으로 시작된 음주는 조금씩 술병의 개수가 늘어나며 폭음으로 이어진다. 어떤 이는 취하고, 어떤 이는 토하고, 어떤 이는 주사를 부린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재미삼아 하는 술 게임. 하지만 이러한 대학생들의 음주 문화를 마냥 단순히 재미로 치부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10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의 ‘전국 대학생 음주실태’에 따르면 대학생의 28.7%가 상습폭음자로 나타났다. 상습폭음자는 2주일 동안 한 자리에서 남성은 5잔 이상, 여성은 4잔 이상 술을 마신 경험이 3회 이상 있는 자를 말한다. 경험이 1~2회인 수시폭음자도 42.2%로 높게 나타났다. 즉, 현재 절반 이상인 70% 가량의 대학생들이 수시로 폭음을 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또한 알코올 사용 장애를 식별하는 AUDIT 검사결과 대학생의 절반 가량인 46.9%가 위험 수준의 음주를 하고 있었다. 더욱 심각한 점은 대학생의 17.6%가 알코올 남용 및 의존 수준의 음주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음주 문화는 현재 심각한 수준에 있다.

대학생들의 무분별한 음주 행태를 단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의가 아닌 외부 환경에 의해 마셔야만 하는, 우리의 음주문화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입생 환영회나, 각종 동아리 모임, 학교 행사에서도 뒤풀이 때는 항상 술이 빠지질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음주가 친목도모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교적 음주는 건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알코올 남용이나 중독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알코올 중독은 가정파탄이나 폭력, 범죄 행동을 초래해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개인들의 상습적 폭음 횟수가 증가한다는 통계자료는 그만큼 사회문제가 발생할 확률 또한 높아짐을 나타내는 것이다.

어느덧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기저기 대학에서 다양한 축제 소식들이 우리의 귀를 간질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를 유혹하는 것은 축제의 밤을 불태우게 할 술과 안주들이다. 우리는 또 어느새 신나게 랜덤 게임을 외치며 술을 원 샷하고 있을지 모른다.

술잔을 치켜 올리기 전에 한 번 쯤 고민해보자. 지금 내가 마시는 한 잔의 술이 과연 어떤 결과를 빚어낼 수 있는 지를 말이다. 최악의 결과를 상정하고 경각심을 가지는 것. 이것이 폭음을 어느 정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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