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음모론의 95%는 쓰레기다” 음모론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음모론 연구가 데이비드 사우스웰의 말이다. 하지만 그는 나머지 5%의 진실 때문에 음모론이 연구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5%의 진실을 찾기 위한 과정이 건강한 회의주의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 그의 연구 신념이다.

터스키기 매독 생체실험 사건은 그러한 5%의 진실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 앨라배마 주 중동부에 있는 소도시 터스키기에서는 ‘정부의 비윤리적인 의료실험’이 행해지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의료계와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공중보건국(USPHS)이 비밀리에 터스키기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매독에 대한 생체실험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왔다는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실험은 1936년부터 1973년까지 약 40여 년간 총 616명의 피험자를 상대로 정기적으로 진행됐다. 실험의 주된 방법은 매독 환자들에게 치료를 해준다고 속여 질병의 진행 경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피험자들은 빈민계층의 흑인 남성들로만 한정됐으며 실험이 끝난 이후에도 치료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미군과 지역 보건소에서 치료를 하려고 할 때마다 실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를 저지했다. 결국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매독이 악화됨에 따라 사망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개인의 폭로에 의해서였다. 1966년 공중보건국에서 성병 조사 임무를 맡고 있던 피터 벅스턴은 터스키기의 비밀 실험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내부회의에 의해 벅스턴의 의견은 묵살됐다. 이에 벅스턴은 1972년 공중보건국을 나와 친구인 신문기자에게 이를 제보했다. 생체실험은 한동안 미국 내 모든 일간지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결국 1997년 5월 16일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공식 사과를 발표했다. 실험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 정부는 1천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고 터스키기 대학에 의료윤리연구소를 설립했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에서 시행된 ‘MK-Ultra’ 계획 또한 사실로 밝혀진 음모론이다. 음모론의 시작은 미육군 소속의 화학자 프랭크 올슨의 자살에서 비롯됐다. 올슨의 자살이 정부의 정신 조종에 의해서라는 것이었다. 이후 밝혀진 ‘MK-Ultra’ 실험의 목표는 기억삭제, 세뇌, 정신 프로그래밍, 정신조종 등을 통해 이중간첩이나 암살자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비밀요원들은 민간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을 상대로 비밀리에 극성 마약인 LSD를 포함한 약물, 전기경련충격, 뇌 수술 등의 정신적·육체적 자극을 가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수준보다 40배 이상 강한 전기경련충격 실험에서 생존한 19세의 소년은 정신연령이 생후 18개월 수준으로 떨어지고 방광 통제력을 상실했다.

1974년 뉴욕 타임즈에 의해 폭로됐지만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아직도 음모론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실험의 비현실성으로 인해 게임 <콜 오브 듀티 : 블랙옵스>, 영화 <킬링 룸> 등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CIA의 총예산 중 6%가 아무런 감독도 받지 않고 이 계획에 투입됐을 만큼 대규모의 실험이었다. 하지만 1973년 CIA 국장의 지시로 대부분의 관련 기록이 파기됐기 때문에 실험의 기본적인 내용만 전해질 뿐 세부내용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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