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제, 다른 생각 동상이몽


인터넷이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있을까.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인터넷은 등장한지 반세기도 되지 않아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들었다. 사람들은 이젠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하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의 생활은 상당히 편리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단지 우리의 삶을 도와주는 편리한 도구일 뿐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꾼 위대한 발명품들처럼 인터넷 또한 우리와 사회를 바꾸고 있다. 우메다 모치오의 <웹진화론>과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어떤 변화가 우리에게 다가왔는지 알아보자.


열린 세상을 만드는 인터넷

독점이 아닌 공유. 인터넷이 힘을 발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유이다. <웹진화론>의 저자 우메다 모치오는 ‘이쪽’과 ‘저쪽’이라는 표현을 통해 인터넷혁명 전과 후를 비교한다. 이쪽은 독점과 물건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질서이고 저쪽은 공유와 정보로 대표되는 혁명의 질서이다. 저자는 아직 이쪽과 저쪽의 세력이 비슷하지만 정보의 공유가 가진 힘을 통해 저쪽의 세력이 커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예를 듣다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유일하게 무너뜨리지 못한 기업 ‘구글’이 한 예다.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해서 그 누구라도 쉽게 접근하게 하라. 구글의 목표이다. 전 세계의 정보를 모아서 정리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하지만 최고의 검색엔진으로 평가받는 구글과 엄청난 정확성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구글 어스를 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거라 생각된다. 구글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정보를 누구에게나 공개하는 것이다.

이쪽의 세상에서 정보는 독점되고 물건 속에 기록됐다. 반면 구글이 하고 있는 일은 저쪽 세상의 일이다. 구글은 저쪽 세상에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정보발전소를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정보의 독점으로 이익을 창출하던 기존의 세력은 힘을 잃게 된다.

또 하나의 예는 블로그로 대표되는 개인 홈페이지다. 사람들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와 의견을 올리고 독자들은 이것에 관심을 보인다. 예전에는 이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지니지 못했지만, 정보의 공유가 이뤄지며 전문성을 갖춘 일반인이 된 것이다. 이들은 정보를 가공해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공유한다. 이것 또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한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소수의 기득권층이 독점하고 있던 정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자유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 기득권층이 정보의 독점을 통해 이익을 독차지하던 시대가 사라져가는 것이다.

정보는 있지만 사고하지 못한다

모든 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사회. 이런 꿈만 같은 사회 속에서 개인은 똑똑해진 것일까.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는 많이 얻지만 생각하는 능력은 잃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이 얕고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글에서 ‘띄어쓰기’가 시작되며 가능해진 ‘깊이 읽기’와 인터넷상의 ‘하이퍼링크’를 통한 ‘멀티태스킹’을 비교하며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단지 말하는 것을 옮겨놓은 것에 지나지 않던 글이 띄어쓰기가 시작되며 보기 위한 것으로 변했다. 단어 사이에 공간을 두는 것을 통해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 쉬워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깊이 이해하며 읽을 수 있게 됐다. 긴 글을 읽으며 집중력을 기를 수 있게 되고 사고하는 능력도 발전하게 된다.

반면에 하이퍼링크는 새로운 검색 보조 수단으로 작용한다. 기존의 목차, 색인, 주석과는 다르게 빠른 검색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너무도 빠르게 이동하는 링크의 특성 때문에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몇 몇 관심을 끄는 부분만 일시적으로 접속할 뿐 전체적인 내용파악은 힘들어진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숲은 물론 나무도 보지 못하고 나뭇잎과 잔가지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하이퍼링크를 사용하면서 계발되는 능력도 존재한다. 수많은 데이터 중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선별해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강화시켜준다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에게는 이런 능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1차원적인 능력이고 이에 집중하다보면 사고하는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의 신화와도 같은 구글에 대한 분석 또한 흥미롭다. 저자는 구글이 만들고 있는 정보발전소를 인공지능에 비유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결돼 이뤄지는 정보망이 뉴런이 연결돼 만들어진 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들이 같아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기계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은 그저 입력된 계산에 의해 작동할 뿐, 쉴 새 없이 변화하고, 그만큼 진화하는 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포기할 수 없는 인터넷

이처럼 인터넷에 부정적인 니콜라스 카지만, 그 역시 그것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버리기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인터넷이 가진 장점은 이제 쉽게 버릴 수 있는 정도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상상하던 자유롭고 열린 세상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해보자.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없는지, 가벼운 기능을 얻기 위해 깊은 생각을 버린 것은 아닌지. 도구가 인간을 변화시키는 건 사실이지만 도구를 사용하는 것 또한 인간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면서도 우리의 사고하는 능력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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