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부터 제7대 이건 총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이건 총장은 취임식에서 ‘사람을 세우는 대학, 세상을 밝히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신이 올곧게 서있고 타인을 보살필 줄 아는 사람, 자신의 자리에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사람을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달 30일 총장실에서 총장과 대학언론사가 앞으로의 대학발전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 편집자주

■ 4년의 총장 재임 기간이 이제 시작됐다. 앞으로 ‘서울시립대학교’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고 싶은가

대학의 교육철학이 바로 정립돼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 15~20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교육철학을 변질시켜왔다. 학생은 취업, 교수는 연구실적, 대학도 신문에 나오는 평가만 추구해왔다.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그것에만 집중하다보니 대학이 해야 하는 일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일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교수도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몇 년씩 해야 성과가 나오는 연구는 손대기가 힘들다. 빨리빨리 실적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 또한 대학평가의 지표와 관련 있는 부분만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런 현상이 4~5년이면 괜찮은데 10년 이상 지속되다보니 학생들도 교수들도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게 됐다. 대학자체도 마찬가지로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다.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의 평가에 끌려 다니지 않고 대학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대학이 아마 우리나라 대학 중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먼저 우리학교가 공립학교이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공익적인 일을 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도 생각보다 공공성이나 공익에 대한 마음이 크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취업과 외부의 평가 등에 끌려 다녔지만 이런 상황에 회의를 갖는 교수들이 많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크게 두 가지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사람을 세우는 대학’이다. 우리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올곧은 사람, 사회를 걱정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연구로서 ‘세상을 밝히는 대학’을 만들고자 한다. 공익성을 생각하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

이를 이루기 위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주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왜 공부를 하고, 왜 연구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면서 삶의 가치를 찾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공익성에서 이런 의미를 찾으려 한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들과 교수들도 공익성을 느낄 때 열심히 한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일이나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교과과정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정책을 수업으로 반영할 젊은 교수를 키우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지 않으니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향후 10년, 20년 넘게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대학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겠다.

그 외에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갖는, 지역사회를 생각하는 대학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작게는 전농동에서 시작해서 동대문구, 서울시, 우리나라까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주변부터 시작하겠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기여하는 교육을 해서 학생과 교수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대학을 만들겠다. 이러면 지역주민과 가까워지고 갈등 또한 해소될 것이다.

■ 공약과 목표가 내부적 소프트웨어를 강조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 추구하는 바를 전달할 것인가

원론적인 이야기가 될 듯하다. 그동안 타 대학에서 교육개혁추진도 해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봤다. 우리가 왜 이렇게 남의 평가에 매달리는가. 물론 장점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가져가야 할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을 연마하고 가꾸어야 더 나은 내가 될지 생각해야 한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서울시립대학생’의 이미지는 성실, 성실, 성실이다. 성실에 내가 나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더해야 한다. 과정은 물론 힘들겠지만 쉽게 이뤄지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남들과 다른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게 힘들지만 우리 학생들이라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대학은 규모가 크지 않아서 움직임이 둔하지 않다. 규모가 크다면 모든 사람을 설득하기 힘들다. 믿음과 용기를 갖고 같이 가야 한다. 물론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보이는 결과로 미래를 확인할 순 없다. 지금 눈에 보이는 학점, 영어성적 등을 통해 미래를 보려 하지만 그것이 불안한 미래를 확인시켜주지는 않는다. 나를 가꿔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교육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두 바꾸자는 건 아니다. 기존의 평가 모두를 갑자기 거부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들이 평가하는 것 외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이해시키겠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 때문에 특정 부분의 평가가 안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메우겠다. 좀 더 큰 그릇, 의미를 찾겠다.


■ 기존의 길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교수, 교직원들의 협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공무원인 신분 특성 상, 혁신적인 방향을 추구하는 것은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몇 가지 성과를 낸다면 다른 사람들도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열심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가고자 하는 길의 반대쪽에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설득밖에는 없다.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취임사에서 믿음이 필요하고 말했다. ‘이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늘려나가야 한다. 이렇게 해야 조직이 바뀐다. 누구 하나가 앞장서서 나선다고 조직이 바뀌는 시대는 지났다. 소프트웨어는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바뀐다. 그리고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앞서 말했듯이 보람과 가치를 찾으면서 일해야 한다. 자신이 학교에서 존재하는 이유와 가치를 만들겠다. 이런 가치를 바탕으로 열정을 갖고 임해야 성공한다. 연봉 같은 것을 노리고 하면 성공할 수 없다. 대학이 아니면 누가 그렇게 할 것인가, 대학이 해야 하는 일이니 서울시립대에서 먼저 하자는 것이다.

■ 학생들에게 공부를 하는 것의 의미를 부여해주기 위한 교과과정 개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가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설립된 학사교육원과 교양교직부의 협력을 통해 단순히 강의를 듣는 수업이 아닌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을 만들 것이다. 흔히 하는 말처럼 10년 묵은 노트를 그대로 사용하는 수업은 지양해야 한다. 매년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통해 바뀌는 새로운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기초적인 소양을 가르치는 핵심 과목들을 개발할 예정이다. 여러 가지 기법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비롯한 기초 소양을 가르칠 것이다. 이런 과목들을 수강하며 기초 소양을 쌓고, 이를 자신의 전공에 적용함으로써 발전시킬 수 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PBL(Problem-Based Learning)과목과 융·복합과목들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 과목들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굉장히 적극적이고 열심히 수업에 임하고 있다.

■ 우리대학은 공립대학이기에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의 재정이 나빠지면 지원이 줄어들게 되고, 대학이 계획한 사업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한 대책은

서울시의 재정상황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올해 예산이 줄어든 이유는 서울시의 재정이 나빠진 것도 있지만, 이미 완성된 건물에 대한 예산이 빠진 것도 그 원인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목표와 계획을 서울시가 인정할 수 있도록 해서 원하는 지원을 받는 것이다. 이것은 나와 보직교수들이 노력할 일이다. 우리가 우리의 계획과 서울시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전달해 보겠다.

기업과의 연계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학교 규모가 작기 때문인데 조금씩 늘려갈 계획이다. 연구센터를 짓는 사업을 같이 하며 기업들을 차츰 끌어올 생각이다. 기업들도 학교 안으로 들어와 함께 하도록 하겠다. 또한 정말로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사람을 공급해 우리학교의 이미지를 만들겠다.


■ 공약 중 의과대학 신설과 제2캠퍼스는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와 예방의료 부분은 많이 취약하다. 실제로 서울시 산하의 의료기관들에 의사가 부족하다. 공공적 일을 하는 의사 수가 적은 것이다. 그런 쪽에 사람들이 필요하니 공공의료와 예방의료를 전문화시키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공립대학으로서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시립병원, 보건소 등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2캠퍼스는 부지를 찾고 있다. 서울의 대학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공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부의 적합한 장소가 있다면 일부 기관을 이전시키는 것도 좋다고 본다. 후보지로는 마곡의 첨단산업 예정지를 생각중이다. 제2캠퍼스가 산업단지 근처에 있으면 산학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의 마곡 첨단산업단지 정책이 완성된 것은 아니니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추진하고 있다.

■ 소통에 대한 공약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지

구체적인 제도나 방법은 이야기하기 어렵다. 기존 제도에 대해 말해보자면, ‘총장에게 바란다’는 소통이 아니라 탄원과 민원이었다. 좋은 면도 있겠지만 사실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총장이 직접 올라온 모든 민원을 보지도 못하지 않는가.

지금 계획하고 있는 건 효과적인 민원처리를 위해 교수들과 학생들이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모든 민원이 총장에게 오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시스템 속 창구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으로 바로 연결하도록 하겠다. 그렇다고 총장이 학교 구성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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