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즐기는 달콤한 커피 한 잔은 우리에게 편안함과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카페를 단지 음료와 휴식만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최근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근로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자립형 카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립형 카페는 근로취약계층에게 단순한 금전적 지원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최초 여성시각장애인 운영카페, 카페모아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카페모아는 세계최초로 여성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다. 카페 운영은 여성시각장애인 5명과 비장애인 매니저 3명이 2인 1조로 팀이 돼 하루 3교대로 이뤄진다. 주문과 계산은 주로 매니저가 하고, 커피를 만드는 것은 장애인 바리스타가 하는 식이다. 카페모아의 커피 맛은 온전히 장애인 바리스타의 손맛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카페모아에서 1년 정도 일을 했다는 이선주(30) 바리스타는 “처음에는 커피를 정해진 양만큼 잔에 따르는 것이 무척 어려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어요. 손님들이 커피가 맛있다고 말씀해주실 때 큰 보람을 느껴요”라며 바리스타 일의 보람을 말했다.

카페모아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하 실로암복지관)이 운영하고 있다. 실로암복지관은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를 고민하던 중 바리스타라는 직종을 생각해냈다. 이에 서울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2009년 4월 카페를 설립하게 됐다.

바리스타 양성을 위해 실로암복지관은 4개월 교육과정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교육은 바리스타에 대한 이론 및 실습은 물론 카페 견학, 창업, 컴퓨터 교육까지 매우 체계적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러한 체계적인 교육 덕분에 카페모아 바리스타 팀은 지난 4월 월간 Coffee & Tea가 주관한 2011년 KCA 후루티바리스타클래식 장애인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의 윤한나 사회복지사는 “시각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한정적인데, 거의 대부분이 안마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안마사의 경우 가정을 이루면 큰 부담이 돼 안마업마저도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측면에서 카페는 여성시각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보장해주고, 자립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카페모아’에서 이선주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청소년에게 자활의 기회를 주는 카페 립(立)

청소년의 자활을 돕는 카페도 있다. 인천광역시 중구 답동에 위치한 청소년 자활작업장 카페 립(立)이 바로 그곳이다. 카페 립은 ‘가톨릭 아동청소년 재단’이 인천시의 위탁을 받아 2010년 2월에 설립했다. 인천시는 청소년 쉼터에 거주하는 위기 청소년들이 퇴소 후에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쉼터로 되돌아오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청소년 자립의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그러한 모색은 청소년자활작업장의 형태로 나타났고, 카페 립은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카페 립의 운영 인력은 소장 1명, 사회복지사 1명, 매니저(바리스타) 1명, 청소년 4명이다. 청소년들은 매장 내에서 바리스타 및 제과제빵 기술을 익히며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 또한 총 5개월간의 교육 과정을 거친다. 교육은 바리스타와 파티쉐의 기술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노동인권교육, 사회성향상프로그램, 위생교육, 서비스 교육 등 전반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은 1기 5명, 2기 4명, 3기 4명으로 총 13명이다. 5개월간의 교육 과정을 거치고 바리스타가 자신의 적성과 맞다고 판단한 청소년들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직무평가를 거쳐 카페 립에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밖에도 카페립은 청소년들의 자립 및 자활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인천광역시청소년자활작업장 담당자 윤지혜(27) 사회복지사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서비스교육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인사도 뻣뻣하게 하고, 손님들을 살갑게 대하지 못해 손님이 당황하는 등 어려운 점도 많았다”며 “하지만 청소년들이 훈련 과정을 모두 마치고 더 나아가 바리스타 자격 취득 또는 관련 분야에 취업이 됐을 때는 자활작업장이 긍정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가 위기 청소년들에게 어떤 도움을 줬으면 하냐는 질문에 윤지혜 복지사는 “현재 정부가 위기 청소년들에게 여러 지원 사업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문제가 단순히 청소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에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기는 하지만, 가족기능의 강화에 대한 부분을 비롯하여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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