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사회_ 21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벤 메즈리치의 장편소설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가 몇 년 전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최고의 명문 공과대학인 MIT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모여 수학공식을 응용해 카지노의 도박판에서 승리를 거듭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21>은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벤 켐블은 MIT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그는 미국 최고의 수재들만 모여 있는 학교 내에서도 최우등성적을 기록할 정도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교수인 미키의 제안을 받게 된다. 제안의 내용은 도박의 한 종류인 블랙잭을 하는 ‘Black Jack Team’의 핵심 선수로 합류해 도박을 하는 것이다. 고심 끝에 벤은 이를 승낙하고 주말이 되면 라스베이거스로 원정도박을 떠난다. 벤은 이미 나온 카드의 숫자를 계산하여 다음에 나올 카드의 숫자를 예상하는 ‘Card Counting’ 기술을 이용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돈으로 인해 팀원 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결국 팀은 해체된다.

영화 <21>이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이 카지노라는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왜 벤이 카지노로 가야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벤이 카지노로 향한 이유는 하버드 의대 진학에 필요한 30만 달러를 벌기 위해서였다. 막대한 학비는 벤이 하던 시급 8달러짜리 아르바이트로는 절대 벌 수 없는 금액이었다. 장학금을 신청하려 했지만 문턱은 너무 좁았다. 벤은 스스로 카지노로 간 것이 아니라 막대한 학비만을 요구하는 사회에 의해 카지노 행을 강요받은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모든 것을 잃은 벤이 다시 카지노로 향하는 이유 또한 학비를 위해서다.

영화 <21>에는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인 학비에 대한 문제가 담겨있다. 벤이 도박에 빠져 모든 것을 잃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학비였다. 비록 영화의 배경은 미국이지만 21세의 벤이 느끼는 걱정과 고민은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현실과 너무나 닮아있다. 또한 영화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에서도 우리사회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게임’은 재미있지만 그것을 하게 된 숨은 ‘원인’에는 시큰둥하다. 영화에서 벤은 결국 도박에서 손을 떼고 장학금을 받는다. 하지만 벤과 동일한 처지에 놓인 수 백 만의 학생들은 또다시 시급 ‘8달러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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