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아마 서울 시민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음직한 문제였을 것이다. 복지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서울무상급식주민투표’가 지난 24일 개표 요건인 33.3%의 투표율을 채우지 못해 무효로 끝을 맺었다.

요즘처럼 복지 논쟁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을까. 정치권은 물론이고 한국 사회 전체가 내년에 있을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복지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현 정부와 여당에서는 맞춤형,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고, 야당에서는 무차별적,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현재의 복지 논쟁,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것이 올바른 길인지 함께 생각해보자.

여, 선택적 복지 vs 야, 보편적 복지

올해 초 야권에서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을 중점으로 하는 무상복지 정책을 내놓으면서 여,야 간의 복지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무상의료는 입원 시 국가에서 90%의 진료비를 부담하는 것이고, 무상보육은 만 5세 이하 어린이의 보육비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현 정권 들어서의 복지 예산 감소, OECD 국가 대비 낮은 복지 예산(OECD 국가 평균 복지지출은 GDP 대비 21%, 우리나라는 8%) 등을 근거로 자신들의 복지 기조인 보편적 복지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보편적 복지는 시대적 정신이고 시대적 흐름이다”라고 밝히며 보편적 복지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반면, 집권당인 한나라당에서는 민주당의 ‘무상시리즈’가 진실성 없는 대중인기영합주의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복지 정책의 허구성을 비판했다. 민주당에서 내놓은 복지 정책 예산안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돼 있고, 또 그에 따른 재원 조달 방법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현재의 복지 형태를 유지하되 점차적으로 복지 수혜 범위를 늘려나가자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의 나경원 최고위원은 과거 한 방송토론에서 “우리 사회에 아직 노인, 여성, 일용 근로자 등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무상복지를 주장하는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 문제가 있다”라며 민주당의 무상복지 정책을 비판했다.

복지, 재원과 시기의 복잡한 문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복지가 당연히 좋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우리나라가 1년간 복지에 쓰는 비용은 GDP의 8% 수준인 81조원 규모이다. OECD 국가 평균이 21%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복지초기국가인 셈이다. 민주당에서는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그리고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는 데 20조원 내외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추가적인 세목 증설이나 세율 인상 없이 ‘부자감세’ 철회, 낭비성 세금 철폐, 4대강 예산 삭감 등을 통해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한 방송 토론에서 “현정부에서 부자감세 철회는 더 이상 있을 수 없고, 4대강 공사는 올해로 예산 집행이 끝났고, 건강보험은 이미 적자 상태인데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수 있나, 민주당의 주장은 애매하고 비과학적 계산에 의한 수치의 눈속임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가 복지 수준을 늘릴 여력이 있는 지도 논란이다.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은 현재의 복지 수준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국가 재정 개혁과 조세 개혁을 통해서 보편적 복지를 이룩하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은 세계적 경제 불황에 위기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데 재정 건전성 확보를 포기하고 국가 부채로 복지를 늘리면 경제적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복지는 정치적 이념 아닌 미래 위한 밑거름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복지 논쟁은 향후 우리나라의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하나의 준거틀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복지 논쟁이 사회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라면 큰 문제다. 최근의 ‘서울무상급식주민투표’가 너무 정치화, 이념화되어 문제라는 말이 많았다.

이병혁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에서는 정권 획득이라는 당면 목표가 있지만, 복지는 국민의 삶을 편하고, 안전하게 만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목표와 계획을 수립해야지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의한 복지의 수단화는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덧붙여서 “국민 또한 적게 세금 내고 많이 받으려는 얄팍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공익적인 생각을 가지고 함께 잘 사는 대동사회를 이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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