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사회_ Sicko

지난 7월, 여당의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허용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이 법안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같은 경제자유구역에 한해서만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의료민영화의 전면적인 확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관련 시민단체와 야당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클 무어 감독은 민영화된 미국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소재로 한 사실적 다큐멘터리 영화 ‘Sicko’에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Sicko는 민간의료보험에 들지 못해 사고로 찢어진 자신의 무릎을 마취도 없이 직접 꿰매는 ‘애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애덤은 비싼 민간의료보험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의료민영화가 되면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의료비용이 비싸지게 되고, 국민들은 이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는 애덤과 같이 값비싼 민간의료보험료를 지불할 능력이 없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한 해 18,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민간의료보험료를 지불할 능력이 된다고 해도 보험혜택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윤추구가 주된 목적인 민간의료보험회사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의료보험혜택이 절실한 사람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후매나’라는 미국 민간의료보험회사의 의학고문이었던 린다피노 박사가 등장한다. 그녀는 “훌륭한 의학 전문가란 곧 회사재정을 부엉이살림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이죠. 마땅한 구실을 찾아 보험 가입자의 의료혜택 수혜 요구를 더 많이 거부할수록 고속 승진을 하게 되고 보너스를 타게 됩니다”라고 폭로한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의료민영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를 통해 의료시설과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수 있고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민영화가 시행되면 이익추구가 최종 목표인 보험회사가 의료서비스를 담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의료보험회사에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다양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의료 보험회사와 같은 민간 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의료사업이 확대되어 국가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의학발전과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의학발전과 경제발전이 Sicko에서처럼 의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 보다 시급한 일일까. 의료민영화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법안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술렁이는 이유는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고 싶어 하는 국민의 소망 때문일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