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_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여성가족부 음반심의위원회의 심의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5일 서울행정법원은 SM엔터테인먼트가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낸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통보 및 고시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25일 사실상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술은 마약류나 환각류와는 달라 노래 가사에 문구가 포함돼 있다고 해서 유해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동안 음반심의위원회의 심의에 대한 불만은 꾸준히 제기됐었다. 먼저 종잡을 수 없는 심의기준에 대한 불만이 컸다. 가사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특정 단어를 문제 삼아 유해매체로 판정했다. 이에 대해 어떤 가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같은 단어를 사용했는데 왜 내 노래만 유해매체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심의시기도 들쑥날쑥해 비난을 받고 있다. 이미 음원이 출시되고 가수가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노래를 심의하고, 심지어 발표된 지 1년도 지난 노래를 유해매체로 지정하기도 했다.

방송사의 심의도 비판의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가요 심의는 1996년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되면서 개별 방송사가 사후 심의를 통해 방송부적격 판정을 내리는 형태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또한 명확한 기준이 있지 않아 많은 혼란을 주고 있다. 더욱이 공중파 3사마다 심의의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가수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인디밴드의 노래에는 ‘당신을 만난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네’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 덕분에 KBS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벙어리’라는 단어가 장애인을 비하한다는 것이다. ‘꿀 먹은 벙어리’라는 표현이 오랫동안 사용됐던 관용적 표현임을 생각해보면 이런 판단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다른 가수의 노래에는 ‘짝짓기’라는 표현이 선정적이라서, ‘없잖어’, ‘했잖어’라는 표현이 비표준어라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가사가 비관적이라는 이유로 방송부적격이 된 노래도 있다.

물론 제멋대로인 기준도 문제지만 심의 자체가 사람들을 과보호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진 노래 속 화자가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라고 한다고 해서 이별한 사람들이 매일 술을 마실까. “다른 여자와 입 맞추고 담배필 때”라는 가사 때문에 청소년들이 불건전한 이성교제에 빠질지 궁금하다. 청소년들도 이런 가사가 이별하면 꼭 매일 술을 마셔야 하는 건지, 이별한 심정을 표현하는 건지는 다 안다. 심의위원들이 너무 상상력이 풍부하고 순수한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대중의 관심과 인정을 통해 인기를 얻고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 대중가요다. 누가 나서서 ‘이건 듣지 말아라’, ‘저건 들어라’라고 한다고 해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유해하고 질이 떨어지는 음악은 대중이 평가하고 시장에서 밀어낼 것이다. 대중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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