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를 돌리다’ , ‘마음을 어디로 향하게 한다’는 뜻의 광고(Advertising)는 소비자를 설득하고 태도 변화를 일으키며 행동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광고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광고주들은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이를 역이용해 다시 광고에 적용시키고 있다. 그들이 이렇게 소비자의 심리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제작한 광고가 스쳐지나가는 자극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들은 광고가 의미를 가지고 소비자에게 ‘지각’되기를 원한다. 소비자, 파블로프의 개가 되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잘 알려진 심리학 이론인 ‘고전적 조건화’는 대다수의 광고에도 적용되고 있다. 고전적 조건화는 중성 자극이 무조건 자극과 반복적으로 연합되면서 무조건 반응을 유발하게끔 하는 과정을 말한다. 광고 속 제품은 최초에는 중성 자극이지만, 제품이 광고의 노래, 모델, 배경 등 광고의 배경(무조건 자극)과 연합돼 나타나면서 소비자에게 제품의 가치를 인지시키고 광고주가 의도한 제품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광고 제품이 조건 자극으로 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림 1>의 광고 역시 고전적 조건화 원리를 사용하고 있다. 당시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당당히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연아를 보면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다. 광고에서는 고전적 조건화 원리를 적용해 제품과 김연아를 연계해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만 보더라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광고에 사용되는 고전적 조건화는 소비자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타나는 학습 과정이다. 고전적 조건화의 학습 효과에 의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왠지 모르지만 저 제품에는 호감이 간다’ 는 식이다. 따라서 고전적 조건화는 거의 자동적이며 세뇌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심리적 기법이다. 의식과 무의식 그 경계선 사이에서 1957년 미국 뉴저지의 드라이브인 극장에서 논란이 된 실험이 있었다. 심리 학자이자 광고 학자였던 제임스 비커리라는 사람이 극장에서 ‘Eat popcorn’ , ‘Drink coca-cola’와 같은 자막을 1/3000초 동안 투사했다. 이 메시지는 보이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지만, 잠재의식의 경계선에선 이 영상을 기억하고 있다가 반응하게 된다. 그 후, 그는 콜라와 팝콘의 매출이 각각 약 60%와 20%씩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사용한 방법은 소비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일으켰고 법적인 제재가 가해졌다. 그가 사용한 방법이 바로 ‘서브리미널(Subliminal = 식역하)’광고다.
의식과 무의식이 교묘히 공존하고 있는 지각의 경계선을 ‘식역’이라고 한다. 식역의 개념을 사용해 제작된 광고를 ‘식역하 광고’라고 부른다. 식역하 광고는 TV · 라디오 또는 극장의 스크린 등에 인지 불가능한 속도 또는 음량으로 메시지를 내보내서 제품의 구매행동을 유발한다. 앞서 언급한 뉴저지의 사례에서는 ‘Eat popcorn’ 과 ‘Drink coca-cola’라는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팝콘을 소비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런 식역하 광고는 호주 영국,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방송심의 규정에 의해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식역하 광고의 실제적 효과는 논란이 되고 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스트라한 박사는 식역하 광고는 욕구가 있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이지만 욕구가 없는 사람에게는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본래 있던 욕구를 증대시키는 실제적 효과는 있지만 욕구가 없는 사람에게 욕구를 불어넣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식역하 광고는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는 얻지 못하고 있으나, 신비스럽고 화젯거리를 유발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여전히 광고계를 맴돌고 있다. |
김승옥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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