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장 한복판에 솟아오르는 맥주병. 병뚜껑이 열리며 시원한 맥주가 쏟아진다.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선수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맥주병이 선수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상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등장한 가상광고는 여러 제한에도 불구하고 광고의 새로운 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청자가 건너 뛸 수 없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적은 거부감을 준다는 것이 가상광고의 중요한 특징이다.

가상광고가 광고로서 갖는 장점 중 하나는 소비자가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반 광고는 별도의 광고시간에 방영된다. 시청자들은 광고시간 때 채널을 돌리며 광고를 회피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광고는 프로그램 속에 배치된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자연스럽게 광고에 노출된다. 따라서 광고 시청률도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김연아의 피겨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직전 가상광고의 시청률은 21%였다. 같이 편성됐던 일반적인 광고의 시청률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지난해 열렸던 남아공월드컵에 등장한 가상광고는 무려 40%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그 효과는 상당했다.

가상광고의 또 다른 장점은 수용자로 하여금 적은 거부감을 주며 상품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광고가 프로그램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노골적으로 광고라고 생각할 확률이 줄어든다. 소비자들은 직접적인 광고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법은 간접적으로 상품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가상광고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갖는 신선함도 거부감을 줄여준다. 광고가 등장하는 방식이 새롭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광고라 인식하기보다는 재밌는 볼거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서울시가 BS산업지원센터, DMC미디어와 함께 실시한 수용자 인식조사에서 가상광고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가상광고에 대해 ‘긍정적이다’라는 답변을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경기 흐름을 방해한다고 생각되지 않아서’와 ‘신선하고 재미있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많았다. ‘부정적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11%정도에 불과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느낌’과 ‘스포츠 경기 시청 시 방해가 되어서’라는 대답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가상광고가 성공하려면 운동경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신선하고 재밌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선수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광고는 시청을 방해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시청자는 광고에 등장하는 상품만이 아니라 운동경기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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