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사회_ 원령공주

지난 여름, 게릴라성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 뉴스 속보가 빗발쳤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산사태로 인한 피해 보도가 많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산을 깎고 콘크리트로 막아 평지로 내려가야 할 물이 내려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산 내부가 물로 부풀어 오르고 결국 산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자연을 파괴하며 살아가는 인간과 이에 맞서는 자연의 모습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 <원령공주>를 떠올리게 한다.

<원령공주>에서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오던 사람들은 촌장 에보시를 중심으로 화승총을 비롯한 화약무기를 개발한다. 그들은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철을 생산하기 위해 숲이 있던 자리에 ‘타타라 마을’을 만들게 된다. 이에 맞서 숲을 지키기 위해 동물의 신들이 대응해보지만 강력한 위력의 화승총을 가진 인간들을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이후로도 인간들이 계속해서 자연을 파괴해 동물의 신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된다. 결국 자연의 신들과 그들을 몰아내려고 하는 인간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 가운데 자연의 신들과 화해를 시도하는 아사타카와 인간을 믿지 못해 늑대들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원령공주가 있다. 아사타카는 자연의 신의 노여움을 삭히고, 인간을 믿지 못하는 원령공주의 마음을 풀어 인간과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원령공주>에서 최고의 신인 시시가미는 결국 인간에 의해 목이 잘린다. 이에 분노한 시시가미는 모든 생명을 빼앗는다. 이를 막기 위해 아사타카와 원령공주는 시시가미의 머리를 되찾아 준다. 시시가미는 머리를 되찾자 그가 파괴한 모든 것에 생명의 씨앗을 뿌려준다. 인간들이 시시가미의 머리를 되찾아 주고 그가 다시 생명을 살리는 장면은 마치 자연과 인간이 화해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 속 결말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화해를 했다고 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다. 타타라 마을에는 여전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또 필요에 의해 철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들이 언제 또 어떻게 숲을 공격할지 모르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철을 생산하기 위해 숲을 파괴하는 타타라 마을 사람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들은 마을을 공격하는 외부인들로부터 마을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문명 기술 없이 살아가기 힘든 인간의 현실과 유사하다. 인간은 문명의 기술로 큰 발전을 이룩해 왔다. 하지만 반드시 인간 사회의 발전과 자연의 파괴가 비례 관계여야만 할까. 자연과 인간의 공존은 불가능한 것인가. 아사타카가 자연과 인간의 화해를 위해 애썼던 것처럼 우리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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