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생인 장 모(27)씨는 3학기째 휴학하고 있다. 장 씨는 4학년 1학기까지 학교를 다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계를 냈다. 매일 도서관에 출입하며 공부하는 그는 부모님의 용돈과 편의점 알바로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다. 부모님께 용돈 받는 것도 이제는 눈치 보인다는 그는 주위의 취업한 친구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는 간간히 뉴스에서 들려오는 사회적 문제들을 접할 때마다 걱정에 빠진다. 자신이 하는 공부가 정말 잘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일하지도 교육받지도 않는 청년층, 니트족

장 씨와 같이 취업하지 않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는 청년층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니트족(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다. 니트족은 1999년 영국정부가 일하지도, 교육받지도 않는 16~18세 청소년들을 니트라고 정의한데서 유래했다. 일본은 이들을 15~34세로 확대해 ‘청년 무업자’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청년층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연구위원은 ‘최근 청년 니트의 현황과 추이’라는 논문을 통해 지난 2월 한국의 청년 니트 수가 167만 5천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15~34세 인구에서 무려 12.4%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 중에서 실제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구직 니트’는 9.5%로 무려 128만 4천명에 달한다.

비구직 니트는 일도 하지 않고, 교육도 받지 않은 채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남 연구위원의 자료에 따르면 비구직 니트의 주된 활동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쉬었음’이 34.9%로 34만 8천명이 이에 해당했다. 무려 35만 명 가량의 청년층이 특별한 일 없이 놀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취업준비’가 약 31.1%로 31만 명에 달했다. 이들은 취업 준비는 하고 있지만 학교나 학원과 같은 교육기관에 다니지 않고 일자리를 알아보려는 움직임도 없는 무리다. 나머지는 진학준비(18%), 군입대대기(5.5%), 심신장애(5.1%)순이었다.


청년층의 학업연장과 일자리 부족이 원인

대한민국의 청년 실업률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7~8%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08년에 발표한 청년 고용 평균 실업률 9.6%보다 낮은 수치다. 하지만 고용률은 42.7%로 OECD 평균 고용률 수치인 54.4%보다 낮아 우리나라 고용 상황이 좋다고만 볼 수 없다. 실업률이 낮은데도, 고용률이 높지 않은 모순적인 상황은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통계상의 실업자에 해당하지 않는 ‘니트족’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니트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학업기간을 연장하여 취업 시기를 뒤로 미루는 청년층의 구직 전략 때문에 니트족이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즉, 학력이 높을수록 고수입, 복리후생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쉽다는 판단에 청년 구직자 대부분이 조기취업보다는 학업 연장이라는 전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일자리의 절대감소도 니트족 증가의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경제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하던 일을 소수가 기계를 컨트롤해 끝낼 수 있게 됐다. 또 생기는 직종보다 없어지는 직종이 많은 것도 니트족이 급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덧붙혀 그는 “과거에는 신입사원을 대거 선발해 인재를 키웠지만 최근에는 핵심을 이루는 소수의 인원만 선발한다”며 기업의 채용방식 변화도 니트족 탄생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가계부담 가중, 정부의 재정손실 등 문제점 많아

니트족들은 마땅한 일을 하지 않아 부모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니트족을 부양하는 가정은 가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또한 니트족의 증가는 노동인력의 감소, 국가 인적자원 활용의 비효율성 등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는 집 안에만 칩거한 채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우울증, 성격장애, 강박증, 공격적 폭력성 등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정신적 장애가 외부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10월 서울 강남 논현동의 고시원에서 벌어진 방화 살인 사건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정 모씨는 자신을 무시하는 세상이 싫다며 고시원을 방화하고 6명을 흉기로 찔러 사망케 했다. 그는 비정규직을 전전한 은둔형 외톨이였다. 이 사건은 더 이상 니트족의 문제를 단순히 방치해서는 안 됨을 시사한다.

남재량 연구위원은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비구직 니트의 수와 비율이 증가하는 문제는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며 “문제의 해결 또는 완화를 위해 정부를 비롯하여 학교, 가정, 사회 등의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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