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금이 되게 해주시오”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말에 대한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의 대답이다. 만지는 모든 것을 금으로 바꿀 정도로 그것을 갈망한 미다스는 결국 자신의 딸마저 금덩어리로 바꾸는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그리스 신화 속 미다스의 일화는 인간의 금에 대한 강렬한 집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지고 보면 금은 그저 황색 빛을 띠는 금속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이 금을 대하는 태도는 단순한 ‘금속’ 이상이다. 왜 이토록 인간은 시대와 문명을 불문하고 금을 소유하고자 했을까.


인간을 매혹시킨 찬란한 금속

보물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일반적으로 보물 상자에 가득 찬 황금을 떠올릴 것이다. 이는 우리의 머릿속에 금은 귀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이 금을 귀중한 것으로 인식한 까닭은 금의 몇 가지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 특성은 금 특유의 찬란한 황색 빛이다. 원시시대 인류는 태양을 하나의 신격체로 여기며 숭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원시 인류는 금 특유의 황색 빛을 통해 태양을 연상했으며 자연스레 금에 신성과 미학의 가치를 부여했다. 금의 화학기호인 Au가 찬란한 아침햇빛을 의미하는 라틴어 ‘aurora`에서 유래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두 번째 특성은 금은 쉽게 녹슬거나 변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과 같은 금속은 시간이 지나면 산화하지만 금은 공기나 물에 반응하지 않는다. 이런 금의 불변성은 곧 인류의 궁극적 소망인 불멸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금을 ‘신의 살’로 여겼으며, 죽은 파라오의 시체에 황금 가면을 씌워 영생을 기원했다.

하지만 아무리 금이 찬란히 빛나고 변하지 않는다해도 누구나 얻을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지위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세계 금 매장량은 약 4만 7000톤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매장량이 약 1,600억 톤에 이르는 철광석에 비하면 극히 소량이다. 또한 광산에서 250톤의 바위를 파헤쳐야 고작 1온스의 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원하지만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금은 곧 지배계층의 전유물이자 부의 상징이 됐다.


▲ 파라오의 시체에 씌운 황금 가면

인류의 역사를 ‘소유’한 금

인류가 금을 소유한 것이 아니고 금이 인류의 역사를 소유했다는 것에 궁금증을 품을 것이다. 이는 인류사의 여러 전환기에 금이 상당부분 관여해왔음을 말하는 것이다. 313년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중대한 발표를 했다. 바로 기독교를 공식적인 종교로 인정한 밀라노 칙령이 그것이다. 밀라노 칙령을 내린 표면적 이유는 황제의 권위 강화 및 기독교도의 지지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오랜 내전으로 궁핍해진 재정을 확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설명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밀라노 칙령을 발표한 후 제우스를 비롯한 로마 전통 신의 신전에서 금을 징발했다. 즉 밀라노 칙령을 통해 전통적인 신들의 권위를 끌어내림으로써 수월하게 금을 확보한 것이다.

또한 금은 신대륙 발견의 주요 동력이 됐다. 15세기 말 탐험가 콜럼버스는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소개한 지팡구라는 동방의 황금섬을 찾기 위해 대서양횡단을 계획했다. 지팡구의 황금을 꿈꿨던 콜럼버스지만 엉뚱하게도 미지의 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한다. 금에 대한 욕망으로 시작된 신대륙발견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은 지대한 것이었다. 그동안 서양사에서 패권을 잡아온 지중해의 국가들이 몰락하고 대서양의 국가들이 새로운 강대국으로 떠올랐다. 또한 신대륙에서 유입된 막대한 금과 은은 상업혁명을 촉발해 구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오늘날 최대 패권국인 미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1848년 미국 서부에 위치한 아메리칸강에서 금맥이 발견됐다. 이에 수만 명의 미국인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서부를 향해 나아갔다. 이른바 ‘골드러시’라 불리는 황금빛 로망은 불모지였던 대륙의 서부지역에 고속 개발을 가져왔다. 또한 서부에서 발견된 막대한 금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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