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 호주(2) 멜버른의 소버린힐

황금 찾아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

호주의 명소 시드니를 제치고 세계 언론이 선정하는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멜버른은 근교 발라랏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발라랏은 1850년대 대량의 황금이 발견된 곳으로, 멜버른이 호주의 대표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특히 발라랏의 소버린힐은 우리나라의 민속촌처럼 그 당시의 모습을 재현했다. 소버린힐을 찾은 방문객들은 골드러시 시절 발라랏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소버린힐에 들어선 순간 사람들은 호주역사에 획을 그은 1850년대, 골드러시로 떠나는 타임머신을 타게 된다. ‘따각따각’ 소리를 내며 지나다니는 사륜마차, ‘탕탕’거리는 총성을 울리며 행진하는 영국군인들. 이 모든 것은 소버린힐을 찾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골드러시 시대로 왔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소버린힐은 제과점, 식당, 술집, 대장간, 볼링장 등 호주 골드러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아스팔트가 아닌 흙길에서 사륜마차를 타고, 기계가 아닌 전통방식으로 양초와 사탕을 만든다. 전통의상을 입고 상점에서 일하는 점원과 마을을 배회하는 사람들은 골드러시의 향수를 만끽하는 데 더욱 큰 도움을 준다.

소버린힐에서 그 당시의 생활상만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 지역에는 광산, 채취, 제련 등에 이르기까지 금광에 관한 모든 것이 재현돼 있다. 방문객들은 어두운 지하로 내려가 광부들이 금을 캐냈던 광산을 볼 수 있다. 또한 골드러시 시절 광부들이 금을 찾고, 발견하고, 채취하는 것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상황극으로 꾸며져 있다. 오랜 시간을 지하에서 보내며 가난한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황금의 발견이 쉽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1개의 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15억원에 달하는 순금 금괴를 제련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어두운 작업실 안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은 제련사가 불순물이 섞인 황금을 뜨거운 화로에 부어 순수한 황금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순도 100%의 황금에 집중되는 순간, 황금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금광 체험장 중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사금 채취장이다. 채광지에서 흘러나오는 개울물에는 모래크기만한 금이 곳곳에 섞여있다. 흐르는 물에서 모래를 퍼내 대야에 담아 살살 흔드는 과정을 반복하면 반짝이는 사금을 만져볼 수 있다. 이렇게 채취한 사금은 모두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인지 사금채취장은 황금을 발견하려는 방문객들로 인해 항상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걸리는 돌의 대부분이 금덩이었던 골드러시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모래 하나 크기의 사금을 채취하는 것도 어렵다. 그때처럼 대량의 황금을 찾아내지는 못하지만 황금을 발견하는 짜릿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마을을 배회하는 주민과 양초가게의 점원

골드러시, 황금을 향해 호주로 러시!

호주에서 처음으로 황금이 발견된 곳은 1851년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섬머힐크리크(Summerhillcreek)였다. 그 당시 하그레이브스(Hargraves)는 황금을 찾아 미국의 캘리포니아로 떠났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황금 찾기에 실패한 그는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지질상태가 캘리포니아와 유사해 금광이 있으리란 확신을 갖고 귀국을 했다. 귀국을 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하그레이브스는 뉴사우스웨일스에서 황금을 발견했다. 뒤이어 히스콕(Hiscock)이 빅토리아 주의 발라렛에서 대규모의 사금광을 발견했다. 이것을 계기로 미국의 골드러시에 이어 호주판 골드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호주판 골드러시는 세계의 남녀노소, 직종을 불문한 사람들이 호주로 몰려들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금광이 발견된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런 현상은 그 지역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소버린힐이 있는 멜버른은 1852년 인구가 2만 명이 갓 넘는 소도시에서 불과 7년만인 1859년에 인구 14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했다. 호주는 골드러시의 영향으로 1850년대 40만 명의 인구에서 1861년 약 120만 여명으로 성장하게 됐다. 결국 호주판 골드러시는 금광이 발견된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시드니, 빅토리아 주의 멜버른과 같이 세계 제일의 관광 도시를 탄생시키는 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


▲ 골드러시 시기의 모습을 재현한 마을

무지개 넘어 황금을 찾아

멜버른에서 30년 넘게 가이드를 하고 있는 셰인은 “소버린힐이 인기 있는 이유는 아마 황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때문 일 것이다”고 말했다. 우연히도 그의 고향은 소버린힐이었다. 그는 “돌아가신 부모님도 황금을 찾기 위해 주말마다 강가 주변에 나가시고는 했다”며 “ 현재 황금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도 길을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며 웃음 지었다.

서양에는 ‘무지개다리 넘어 그 끝에는 요정이 묻어 놓고 간 황금항아리가 있다’는 전설이 있다. 저 멀리 어딘가에는 황금이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 예부터 서양인들이 황금에 대해 신비감과 소유의 소망을 갖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전설이다. 황금에 대한 관심은 동양에도 존재한다. 그 예로 우리나라에서는 갓 태어난 아이의 첫 번째 생일에 금반지를 주며 탄생과 건강을 축하해준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황금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시공간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황금에 대한 관심. 금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는 이상, 황금에 대한 역사가 숨 쉬고 있는 소버린힐과 호주는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 금광 체험장에서 사금을 찾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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